저비용 고성능을 내세운 중국의 딥시크 인공지능(AI) 모델이 글로벌 빅테크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딥시크가 오픈 AI 챗GPT 성능에 비견하는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무료 배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AI모델 성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나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자체 보유한 모델의 성능을 올리기 보다는, 경쟁력 있는 외부 모델을 활용한 AI 서비스화에 승부수를 띄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는 외부 AI 모델을 도입하고 올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했으나 서비스 별로 필요에 따라 외부 AI 모델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자본·기술력 차이를 인정하고, 성능 좋은 외부 AI 모델을 수정·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그 일환으로 카카오는 내·외부 모델과 오픈소스를 모두 활용하는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세웠고, 지난 4일 오픈AI와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올해 AI 앱 '카나나' 출시를 시작으로, 카카오톡·지도·결제·커머스 등 모든 서비스에 오픈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양사는 공동 AI 상품도 발굴할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카나나는 물론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이용자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AI 대중화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 역시 자체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주축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외부 모델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AI 브리핑'과 '큐(CUE:) 모바일'과 같은 생성형AI 기반 검색 서비스에는 하이퍼클로바X가 우선 적용된다. 한국에 특화한 '소버린 AI'를 내세워 챗GPT와 같은 서비스에 정면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플레이스, 지도, 부동산 등 서비스 전반에도 AI기술을 적용을 추진 중인데, 외부 모델 도입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뚜렷하게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네이버 측은 전했다.
이같은 전략은 딥시크가 촉발한 AI 가격 경쟁으로 확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시크가 챗GPT와 유사한 성능을 오픈소스화 하자, 폐쇄성을 고수해 온 오픈 AI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빌더랩 행사에서 딥시크처럼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 있냐는 질의에 "장기적으로 오픈 소스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더욱이 AI 비용 감소세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픈AI 모델로도 확인할 수 있다. GPT-4(2023년 3월), GPT-4 터보(2023년 11월), GPT-4o(2024년 5월)가 출시되면서, 매번 총 비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카카오 간단회에 참석한 올트먼 CEO는 "새로운 모델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비용 절감 측면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AI 모델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비용은 지난해와 비교해 10배 가량 줄었다"고 언급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것보다 메타의 라마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도입해 빠르게 서비스화 하는 방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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