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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칼럼] AI 3대 강국의 꿈… 먼저 기본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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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5-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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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국가 경제, 산업, 정치, 안보는 물론 인류 사회와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처음에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냐는 논란이 많았으나 이는 기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I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아지는 만큼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 대신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더 나아가면 AI를 잘 쓰는 기업이 못 쓰는 기업을 대체하게 된다. 이는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AI는 일부 전문가들의 문제가 아니고 일반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
 
AI는 인쇄술,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이 인류 문명사에 획기적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인쇄술은 인류 문명사에 정보·지식 혁명을 일으켰다. 1450년대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술은 단순한 금속활자 발명을 넘어 지식의 신속한 보급을 가능케 했다. 성경과 종교 문서의 대량생산과 보급을 가능하게 하여 기독교의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 처음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인터넷은 개인용 컴퓨터(PC)를 대중화시키며 IT 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정보·지식 혁명을 이끌었다. 2007년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동이 자유로운 모바일 기기 중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정보·지식 혁명을 심화시켰다. 이렇듯 인쇄기술, 인터넷, 스마트폰은 인류 문명사에 정보·지식 혁명을 고도화하며 인류의 사회와 생활, 산업 전반에 획기적 변혁을 가져왔다. 이제 AI가, 특히 생성형 AI를 통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 및 지식을 생성하게 된다. 이에 따라 AI의 민주화 내지 대중화, 일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성의 극대화로 기존의 정보·지식 혁명을 뛰어넘는 총체적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 생활, 산업 등 전 분야에 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AI 대전환(AX)이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작년 9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세계 3대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분야별 액션플랜을 만들어 실행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실행에 국가적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상황이며 시급한 해결이 절실하다.
 
국가적 AI 대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강약점과 기회 및 위협 요인을 잘 분석하여 도출된 국가 AI 대전환 전략 수립, AI 대전환을 수행할 인재 양성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 이를 위한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먼저, 국가 AI 대전환 전략 수립에 대해서는 필자의 작년 9월과 12월, 올해 1월 칼럼에서 자세히 제시한 바 있다. 요약하면 AI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쩐(錢)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 중국과 소모적 전면전에 나서는 대신 우리가 잘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AI 분야에서 3위 국가로 발전시키는 한편 우리의 강점 분야인 산업 AI 대전환(AX) 분야에서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세계 최강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난 1월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쇼크는 중국을 견제하던 미국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AI 후발 국가에는 큰 축복이자 선물이 되었다. 딥시크는 미국 오픈AI의 ‘챗GPT o1’ 모델과 유사한 성능의 추론 AI 모델인 ‘R1’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AI 모델의 세계적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 엔비디아 H100과 같은 고성능 GPU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금지 등 강력한 대중 견제 속에서도 거의 대등한 성능을 저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사실은 앞서 제시한 우리 전략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물론 중국이 이렇듯 효율성 높은 고급 AI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은 우리와 비교도 안 되는 막대한 인적 물적 투자가 장기간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중국이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는 일부의 인식은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지피지기가 안 된 데서 오는 오판이다.
 
따라서 우리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아무리 효율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절대적 규모의 투자는 필수다. 최근 발표한 주요국의 AI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투자가 현격히 부족하여 대대적 투자 확대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민간 벤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약 73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경쟁적으로 3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AI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위시한 'InvestAI' 이니셔티브에 300조원을 투자하여 AI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EU와 별개로 163조원 규모의 대대적 AI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일본, 영국 등도 AI 대전환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분야에 2027년까지 정부 9조4000억원, 민간 65조원, 총 74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AI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제 경쟁을 고려할 때 더욱 과감한 투자 확대가 요청된다.
 
AI 투자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인재 양성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은 닭과 달걀과 같이 선후를 따지기 어려울 만큼 서로 관계가 깊다. 인재가 먼저냐, 인프라가 먼저냐를 따지기보다 둘 다 기본 요건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컴퓨팅 인프라를 시급히 증강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메타 한 회사가 엔비디아 GPU H100 기준으로 35만개를 보유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15만개, xAI 10만개, 구글, 아마존, 오라클 각각 5만개, 테슬라 3만5000개 수준이다. 중국의 텐센트 보유량도 5만개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다. 우리 정부 조사로는 2023년 기준 약 2000개에 불과하고 현재도 많아야 1만개가 채 안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시급히 올해까지 1만5000개, 내년 말 3만개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당초 2030년 목표를 4년 당긴 것이다. 정부도 AI 인프라 부족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환영할 일이나 이 역시 규모 확대와 조기 증강이 시급하다. 인프라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GPU 공유 시스템도 좋은 방안이다. 숙박업계의 에어비앤비처럼 최근 국내에도 유휴 GPU 공유를 통한 GPU 서비스 기업이 등장하고 있는데 국가적 GPU 보유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해외 진출도 가능하여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총이 있어야 전쟁이 가능하다.
 
AI 인재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 분야에 걸친 AI 대전환의 중요성 및 시급성을 고려하면 AI 인재 육성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 각국은 AI 인재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고 국가 차원의 AI 인재 양성도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AI 관련 인력은 2023년 기준 85만~100만명 선으로 세계 AI 인재의 대략 40-45%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은 50만~60만명 선이나 정부 주도의 강력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2030년까지 500만명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약 30만~35만명, 인도는 10만~15만명 규모다. 우리나라는 약 2만~2만5000명 수준이고 2027년까지 10만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역시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신규 인력 양성도 중요하나 특히 전면적인 재직자 재교육이 못지않게 중요하고 시급하다. 해외 인재 유치도 강력히 추진해야 할 중요 과제다. 우리 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도 중요하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면도 있어 양면적으로 봐야 한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싱가포르와 UAE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보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싱가포르가 단기간에 AI 상위 국가로 부상한 것은 해외 인재 유치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 체제의 근본적 혁신도 중요하다. 세계의 혁신 패러다임이 기술 중심에서 목적·미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관점이 ‘What’과 ‘How’를 넘어 ‘Why’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AI도 기술 자체보다 목적과 미션을 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AI여야 한다.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는 이미 목표가 있어 ‘What’과 ‘How’ 중심이어도 되지만 ‘선도자’가 되려면 ‘Why’를 선도하고 지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Why’를 가르치지 않고 ‘What’과 ‘How’를 중심으로 가르치는 현 주입식 교육 체제의 총체적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급할수록 기본에 충실하여 AI 대전환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본 요건인 목표와 전략 수립,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투자 확대에 나서자.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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