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해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산업이 제조사인 SK케미칼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 법적 분쟁 비용 보전’ 소송에서 2심에서도 승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2-1부(장석조·배광국·박형준 부장판사)는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SK케미칼이 31억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12일 판결했다.
애경산업은 2001∼2002년 SK케미칼과 물품공급·제조물책임(PL) 계약을 체결하고,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공급받아 이를 시중에 판매했다. 계약서에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인해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후 원료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유해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국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애경산업과 SK케미칼, 그리고 현지 유통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 소송 비용이 발생하자, 애경산업은 계약에 따라 SK케미칼이 상품 결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36억5천여만 원의 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계약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원액의 결함으로 인해 제기된 소송 및 관련 비용을 SK케미칼이 보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SK케미칼이 애경산업에 36억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SK케미칼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2심 진행 중 애경산업이 소송 과정에서 지급하지 않은 비용을 제외하면서 청구액이 31억3000만 원으로 조정되었고, 이에 따라 배상액도 감소했다.
한편, 양사의 전직 대표들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혐의로 기소되어 2심에서 각각 금고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가 특정 가습기살균제 때문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