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천명했지만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핵무력을 더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또 북핵 문제에 한·미·일이 공조해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탄핵 정국을 겪고 있는 우리는 정상외교의 역할이 부재한 상태다. 이에 아주경제는 정계, 학계 등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진단과 전망을 청취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번 하노이에서 북한이 세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국이 더 큰 신뢰를 줘야 한다"며 "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마 현찰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북한과 핵 문제 협상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현찰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형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난번 하노이에서 세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큰 신뢰를 줘야 한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다자주의 외교와 달리 이른바 '각개 격파' 방식으로 대외정책 프레임을 바꿨고 이에 따라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란 발언과 '비핵화' 방침이 동시에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정부가 내년 중간선거 전까지는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우려하면서 미국에만 유리한 외교를 펼치는 것보다 오히려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 낫다고도 진단했다. 국내에서 여러 방식으로 거론되는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한 내용.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비핵화' 의미를 말씀해 달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외정책 프레임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우방국과 동맹국 연대를 통해 소위 말하는 '적대국' 또는 '가치를 지키지 않는 국가'로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 등을 상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럼피즘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효능감도 없고 오히려 지금까지 우방국이나 동맹국이 미국을 이용했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프레임이 바뀌는 것이다. 이전에는 침략국과 피해국이었는데 지금은 쌍방 과실로 본다. 북한도 그렇게 똑같이 보는 것이다.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란 말도 실수가 아니다. 그 말과 '비핵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를 입구에 놓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출구에 놓았다. 이를 우리가 제대로 받아들이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그러면 중간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한·미·일 주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활동이나 압박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한·미·일은 철저하게 수단화될 것으로 본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일종의 목적형 한·미·일 동맹까지 간다고 봤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는 그것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러·우 전쟁을 해결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역(逆) 키신저'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 러시아와 친해져서 중국만 때린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전 대통령 때문에 중·러가 너무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캠프 데이비드가 갖고 있는 그 자체의 응집성은 조약도 안 되고 의회도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아갈 것으로 본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을 설득할 방안은 뭔가.
"북·미 관계는 신뢰의 문제다. 둘이 서로 신뢰하지 않고 배신할 때 누가 더 치명상을 입겠나. 미국은 자존심이 상하거나 패권국으로서 기분이 나쁘고 일종의 이익 상실이 있는 정도다. 그렇지만 북한은 죽느냐 사느냐다. 그 말은 북한에 신뢰를 주지 않고서는 북·미 관계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신뢰의 표시로 달라고 했던 것이 제재 완화다. 북한이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미국의 조치 전에 폐기했는데 이제 그것을 다 되돌렸다. 북한이 나름대로 미국을 끌어내기 위해 일종의 외상 거래를 했는데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를 거절했다. 이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마 현찰을 내놔야 할 것이다. 지난번 하노이에서 세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큰 신뢰를 줘야 하고 훨씬 더 많은 '현찰 박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미국이 낼 것이냐는 문제는 쉽지 않다. 현찰이 중요한 동시에 그때는 북한이 조금 급했고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면 지금은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번 하노이에서 북한이 세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국이 더 큰 신뢰를 줘야 한다"며 "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마 현찰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리치 아웃'을 하겠다고 얘기했고 결국 할 것으로 본다. 시기의 문제인데, 북한은 회담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전제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신뢰를 시험하기 위해 어느 수준까지 요구하고 미국이 안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중 관계, 중·러 관계, 미·중 관계, 미·러 관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초기에는 우리가 패싱당할 것이다. 2018년 협상이 잘될 때도 뒤로 갈수록 남한을 빼고 하자는 얘기가 실제로 합의됐고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우리를 배제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이번에도 뺄 것으로 본다. 그렇더라도 북·미가 일단 한반도의 긴장을 내리고 만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진행되려면 그때는 한국 없이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은 '리더십 공백'에 처했다. 어떤 외교 전략을 짜야 하나.
"트럼프 정부 1기가 돌풍이었다면 2기는 거의 태풍급이다. 그리고 1기보다 훨씬 더 거칠면서 속도도 매우 빠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 1기 때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소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 브레이크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충성파를 모아 일사천리로 가고 있다. 적어도 내년 중간선거까지는 막을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는 이 상태에서 뭔가 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한다. 현재의 컨트롤타워 부재는 사실상 어쩔 수가 없고 자기 위안을 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이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못 이길 것으로 본다. 정부와 여당이 혈맹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다. 한·미 관계가 나빠지면 국내 지지 기반을 잃으니 미국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핵무장론'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한 포럼에서 토론하면서 첫 마디로 '조기 대선을 하게 되면 여권 주자는 무조건 핵무장을 주장할 것이고, 야권 주자는 핵잠재력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언을 하나 했다. 둘 다 반대다. 모두 '안보 포퓰리즘(인기연합주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우리도 가져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70% 넘게 찬성한다. 그런데 '핵을 가지는 순간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 30~40%대로 찬성 응답이 뚝 떨어진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 미국이 가진 패권의 힘과 영향력은 급격하게 쇠퇴할 수밖에 없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핵무장에 대한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에서 제안을 다 거절했다. 핵잠재력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등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