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양회에서 발표된 대규모 내수 부양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맞물리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양회)를 진행 중이다. 전인대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5%로 설정하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내수 부양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부양책은 경기 둔화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주택, 자동차, 전자제품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석화 업계는 최근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며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급 과잉이 2028년까지 61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국내 전체 석화 설비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내수 확대 정책은 석화 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수 부양책이 본격화되면 중국 시장 내 소비가 증가하고, 이는 석화 제품의 수요 확대와 공급 과잉 문제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가전 소비 촉진 정책이 석화 제품의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특히 건설 및 제조업 부문의 회복이 본격화되면 플라스틱, 합성수지, 화학섬유 등 주요 석화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도 업계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쟁이 종료되면 러시아는 원유 생산을 늘릴 수 있으며, 이는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석화 제품의 원가 절감이 5% 이상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국내 석화 기업들이 생산 비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중국과 중동 의존적인 공급망에서 벗어나 북미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원료를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수출 감소, 가격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현재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은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석화 업계 수출액은 35억6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으며, 석유제품 수출액은 33억6600만 달러(약 4조5000억원)로 29.8% 줄어들었다.
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내수시장 회복이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과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 이를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재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북미·유럽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원료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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