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경영권을 위협해 온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과의 질긴 악연을 끊어냈다.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13.55%가 제3기관에 매각되면서 해당 컨소시엄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백기사에서 악연으로 변질된 어피니티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지주사 전환 등 숙원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방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와 4.50%를 각각 SBI그룹과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SPC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주당 23만4000원 수준으로,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주식을 매수했던 2012년 당시 투자 원금(주당 24만5000원)보다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그간 교보생명에서 받은 배당금을 감안하면 투자금액 이상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매각 이후 어피니티 소속 나머지 두 개 회사인 IMM PE(5.23%)와 EQT(5.23%)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컨소시엄은 사실상 해체될 전망이다.
어피니티와 교보생명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단,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2015년 9월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교보생명 상장은 불발됐고, 어피니티는 2018년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려 했다. 문제는 어피니티가 교보생명의 주당 가치를 40만9000원으로 산정한 반면 신 회장은 20만원 이하로 평가하면서 양측 간에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새로운 백기사를 찾는 방식으로 어피니티와의 악연을 끊기로 했다. 어피니티 지분을 매입한 일본 SBI그룹은 2022년 교보생명과 동남아시아 벤처캐피털(VC)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GIC 역시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보유 지분을 매각했다.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신한·한국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하고 인수 대금을 조달해 SPC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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