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공포 속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확대 사례를 관세의 긍정 효과로 홍보하고 트럼프의 경제 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며 관세 강행을 시사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에 휩싸이며 3대 지수 모두 2~4% 급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폭락해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트럼프 2기 실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이끄는 테슬라는 15.4% 폭락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하고,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종전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이에 백악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장 마감 후 “주식 시장의 동물적 감각과 기업 및 기업 리더들이 실제로 보고 있는 것 사이에는 강한 차이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후자가 전자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관세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반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 경제에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산업계 리더들은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경제 공약인 관세, 규제 완화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 수천 개를 창출할 수조 달러의 투자 약속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역시 “1분기에 일어날 일은 긍정적인 범주로 간신히 진입하는 것이고, 2분기에는 모두가 감세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경기가) 이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백악관은 이날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취합해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현대차에 대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월 23일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한국 언론을 인용해 각각 멕시코 내 냉장고 제조공장을 테네시주로, 멕시코 내 건조기 제조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이 바쁘게 진화에 나선 사이 시장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종일 침묵을 지켰다. 취임 이후 행정명령 서명 행사 등 계기에 주중 거의 매일 취재진 앞에 섰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개의 공식 일정을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소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과도기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그가 경기침체를 부정하지 않은 것이 증시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전망이어서 재계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워싱턴DC에 있는 재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찾아 월가 은행 등 각계 CEO들을 만난다.
한편 미국은 오는 12일부터 예고한 대로 모든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 4월 2일부터는 상대국의 관세율은 물론 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농산물, 목재, 구리 등 품목별 관세도 동시에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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