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부담에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지만 기존 수출 쿼터 허들이 사라진 만큼 경쟁국을 제치고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철강·알루미늄 수출 가운데 대미 비중은 각각 13.1%와 10.5% 수준이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 규모 기준으로는 한국산이 각각 9.7%와 3.4%를 차지한다. 철강의 경우 캐나다·브라질·멕시코에 이어 4위, 알루미늄은 캐나다·중국·멕시코·UAE 다음의 5위 수입국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25%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때는 관세를 물지 않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263t으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합의한 바 있다.
특히 US스틸 등 미국 철강사가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물량 제한에 구애 받지 않고 수출을 늘릴 수 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강관, 배관, 밸브 등이 꼽힌다. 미국 내 수요가 많지만 자국 내 생산량은 충분치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세아제강과 휴스틸 등이 강관을 주력 생산 중이다. 세아제강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도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어 다양한 크기의 STS 강관을 공급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계기로 LNG 플랜트용 특수강도 주목을 받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LNG 플랜트용 특수강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철강 관세 25% 부과가 국내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건 확실하다"면서도 "고부가 철강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알루미늄 업계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국내 알루미늄 산업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관세 등 외부 악재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다. 대미 알루미늄 수출 물량의 62.8%를 차지하는 알루미늄판 품목의 피해가 가장 클 전망이다.
알루미늄 부품 업체인 지제이알미늄의 유경연 대표는 "올해부터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미국 현지 기업과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관세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며 "관세 부과로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 급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