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년 재임)이 재임 중 '마약과의 전쟁' 명분으로 반인도적 살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2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감됐다.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압송 항공편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날 ICC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헤이그 공항에 대기 중인 버스를 이용해 헤이그 외곽 네덜란드 교도소 내의 ICC 구금 센터로 이송됐다.
ICC는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예비 심문 기일을 잡을 예정이다. 본격 재판은 수개월 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죄 판결 시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체포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2분가량의 영상에서 "나는 법 집행 기관과 군대를 이끈 사람"이라며 "나는 여러분을 보호하고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게 이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긴 법적 절차가 될 것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기소는 2019년 무죄 선고를 받은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이후 전직 정부 수반으로는 두 번째 사례다.
그는 재판 기간 ICC 구금 센터 내 약 10㎡ 넓이의 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방에 설치된 컴퓨터로 자신의 변호인이 제공하는 재판 관련 파일을 살펴보고 도서관, 휴게실, 조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산책, 달리기, 배구, 테니스, 농구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ICC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이던 2011년 11월 1일부터 대통령 재임 때인 2019년 3월 16일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에 필리핀 경찰당국은 그의 재임 기간 중 6000여명, ICC는 1만2000명~3만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ICC는 2021년부터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정식 조사를 벌였으며,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필리핀 당국 협조로 지난 11일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ICC는 필리핀이 2019년 ICC에서 탈퇴하기 전까지 저지른 범죄 혐의만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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