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권에서 촉발된 집값 급등세가 수도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기 지역에서 시장 흐름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면서다. 다만 급증한 거래량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 오름세는 서울처럼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2월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94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월 6000~7000가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2월 아파트 매매계약에 대한 신고기한이 아직 열흘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월 거래량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거래량 증가는 강남과 인접한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준강남'이라 불리는 과천의 2월 아파트 거래량은 125건으로 지난 1월(54건)의 2배를 웃돌았다. 하남시 거래량은 276건으로 지난달(139건)보다 이미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성남시와 의왕시 거래량도 각각 전월 대비 94%, 96% 늘었다. 2월 거래량이 1월에 미치지 못한 지역은 포천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이유로 공급 절벽과 다가올 대출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고 설명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절벽에 대한 우려와 금리인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불안 심리가 큰 상황에서는 작은 자극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급증한 거래량에도 아파트 가격은 과천 등 주요 수혜지역을 제외하고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둘째 주까지 누적기준으로 과천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1.9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혜지인 수원, 용인 지역은 가격이 각각 0.12%, 0.08% 올랐지만, 평택과 이천은 각각 1.59%, 0.96% 하락했다. 평택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3월 미분양관리지역에 새롭게 포함된 바 있다.
경기 북부지역 집값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 등 호재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1.13%), 고양시(0.52%), 파주시(0.37%) 등 경기 북부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거래량 급증이 경기도 지역 가격 상승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시장에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매수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원·용인·성남·과천 모두 공급 부족이 예고된 지역으로 3~4월을 기점으로 이사철을 맞아 전세 가격 상승과 더불어 매매 가격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거래가 늘었다는 건 싼 매물이 많이 팔렸다는 의미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확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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