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향방을 예측할 만한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
당초 한 총리 탄핵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직전에 나오는 데다 일부 탄핵소추 사유가 연관성이 있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을 가늠할 수 있는 ‘예고편’ 혹은 ‘빌드업’이 될 거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이날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국회 측에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돕거나 묵인 방조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해선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행위가 위헌성을 지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피해간 셈이다.
마찬가지로 결정문에는 ‘내란’이라는 단어가 16차례나 등장했지만, 직접적인 법적 판단이나 평가를 내리지 않은 채 언급만 했을 뿐이다. 헌재는 공통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으로 꼽히는 ‘내란죄 철회’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비상계엄의 위헌성 여부와 내란행위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윤 대통령 사건으로 넘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란과 비상계엄의 위헌성이 주 쟁점이 아닌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불필요한 내용을 결정문에 담지 않고 논란을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노희범 전 헌법연구관은 “탄핵 사유 자체가 서로 달라서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없다고 본다”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얼마나 위헌인지 그리고 절차적으로 어떤 하자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헌재 결정을 살펴보면 재판관들이 각기 다른 의견을 내비치면서 그동안 계속됐던 만장일치 결정을 벗어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헌재가 한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도 가급적 전원일치로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이진숙 방통위원 탄핵소추안이 4대4로 갈린 이후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권한쟁의심판,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중앙지검장 탄핵심판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재판관들이 또다시 이견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 사건도 같은 모습을 반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덕수 탄핵심판 결정문을 보면 윤 대통령 탄핵 여부의 시그널로 읽히기보다는 마은혁 임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헌재가 아직까지도 선고기일을 못 잡는다는 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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