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삼성전자가 관세 직격탄을 맞는 것과 달리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이번에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스마트폰 1위 타이틀 수성에도 위기를 맞게 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자국 보호주의를 빌미로 애플에만 관세 면제 혜택을 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폭넓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애플의 일부 제품에 대해 면제나 유예 조치한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점유율(출하량 기준) 1위를 수성했지만 점유율은 19%로 전년 대비 1%포인트 하락하면서 애플(18%)과 샤오미(14%)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여기서 관세 부과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점유율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해 신제품 갤럭시S25 시리즈 전 제품에 퀄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만 탑재하면서도 가격을 동결하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베트남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하는 만큼 생산기지 재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멕시코 제외' 한시름 덜어낸 가전···"불확실성 여전"
가전도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베트남에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양사는 멕시코 생산기지를 활용해 북미로 수출하고 있지만 전 물량을 대응하진 않고, 베트남 등 다른 해외기지에서 생산하는 제품 일부도 북미로 향한다.
여기에 미국이 언제 또 멕시코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 모르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되자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세우며 대응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미국 내 생산을 늘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관세 대응 방안에 대해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멕시코가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되면서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트럼프의 이번 관세 정책이 '확정' 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국가들 간 소통을 통해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변동성은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이제 정부는 협상으로, 경제단체 등 민간은 미국 설득으로 관세 파고를 극복해야 할 시기가 왔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 조치가 다양하고 일부는 품목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업계는 공급망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익성 악화 우려" 현대차···B2B도 '예의 주시'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인 자동차업계는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이미 지난달 미국 외에서 생산되는 완성차에 대해 관세 25%가 책정돼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판매물량 170만대 가운데 110만대가 수입판매다. 판매량 중 상당 부분의 관세 부담이 불가피한 셈이다.
현대차는 관세 부과에도 "오는 6월 2일까지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수익성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홍세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주요 국가들의 무역 마찰 심화로 보호 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도 관세 인상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 및 자동차 회사들의 이익 규모가 축소되고 해외 설비 투자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는 상황에 따라 해외법인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부과율이 낮은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조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간 거래(B2B) 업계도 관세 '직격탄'은 비켜나 있지만 간접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세트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협력사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중국을 포함해 동남아 여러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이 중 양사 베트남 공장의 고객사는 대부분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세트업체들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삼성전기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카메라 모듈을,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생산한다.
한편 인도와 베트남을 '넥스트 차이나'로 삼고 있는 LG화학과 효성그룹은 최근 업황 둔화로 생산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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