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계열사에서 조달한 자금을 글로벌 사업 확장에 우선 투자해 2035년까지 연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방산·조선해양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야심이다.
이 같은 비전 달성을 위해 한화에너지를 신규 지주사로 삼아 계열 분리를 완수해야 하는 과제가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가 된 김동관 한화 부회장에게 주어졌다.
◆1.3조 돌고 돌아 한화에어로 귀속···해외 수주 자신감
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제3자 배정 유증 결정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매입 대가로 한화에너지에 지불한 1조3000억원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돌아온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일반 주주들과 달리 대주주(한화에너지)는 15%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고, 주주 보호를 위해 1년간 록업(매도금지)도 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유증 이슈가 한화 승계 문제로 번지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세 아들이 직접 지분 증여 및 유증 축소 등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2022년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내세우고 있는 '육·해·공 방산 패키지'가 실효를 거두려면 한화오션과 결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증을 통해 조달한 2조3000억원은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JV) 지분 투자 △해외 방산 생산능력 구축 △추진 장약(MCS)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한화 계열사에서 조달할 1조3000억원은 △해외 조선업체 지분 투자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양산시설 구축 △항공우주 설비·운영 투자 등에 소요된다.
시장도 환영했다. 이날 장 마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69만8000원으로 전일 대비 약 8.72% 급등했다.
◆당분간 옥상옥 구조···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이날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시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화했다. 재계에선 ㈜한화의 1대 주주인 한화에너지가 기업공개(IPO) 후 실질적인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옥상옥 구조가 김 회장 은퇴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회장 은퇴 후 경영권을 물려받은 세 아들 간 계열 분리는 피하기 어렵다. 우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지주사를 꾸린 후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숙원인 지주사 체제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에 또 다른 걸림돌은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에너지의 증손회사가 될 한화오션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쥐고 있는 한화오션 지분은 3월 기준 30.44%로 손자회사 요건은 충족하지만 증손회사 요건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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