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자(嫡子) 정치인'을 내세워라"

  • 관료 프리미엄의 함정···진짜 리더는 어디있나

  • "적자의 귀환이 필요한 이유"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트럼프 대통령 2기가 출범한 지 80일 만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과 첫 통화가 이뤄졌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는 한 대행이 조기 대선에서 '한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다'는 보도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말미에 "그레이트 콜(의미있는 좋은 통화)"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있고 나자,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 지'를 물은 결과 한 대행의 대선 지지율은 2%로 떠올랐다.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아주 놀라운 수치다. 첫 등장에 불과한 행정관료 출신에게 ‘정치적 존재감’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것도 갤럽이라는 가장 신뢰받는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이기 때문에 무게감은 더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정치 참여 선언이나 대중과의 교감 없이 나온 '관료 프리미엄' 성격의 단발성 숫자일 가능성도 높다. 이것이 장기적인 정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능력있는 관료의 컨벤션 효과라고 해야 되나. 헷갈린다. 우리는 과거 고건 전총리나 반기문 유엔 전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이 분들 모두 한 대행과 똑같이 국정운영 능력은 전혀 의심받지 않은 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치적 서사와 대중성과 친밀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내 파워 베이스가 부족했기 때문에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정책 능력만으로는 대통령감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는 특히, 대통령은 정치적 감각과 카리스마, 그리고 선거라는 전쟁을 치를 전투력과 동지 세력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고  전술과 세규합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성공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음을 박근혜 전대통령과 윤석열 전대통령을 통해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어쩌면 저렇게 무능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윤 전대통령과 짝을 맞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을 떠나, 윤 전대통령의 ‘원플러스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들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외부 영입 인사였으며 실패한 대통령이다. 당은 이 두 인사를 외부에서 ‘입양’ 받았을 뿐, 내부에서 서서히 올라온 인사는 아니었다. 결국 정당 정치의 생태계와 융화되지 못하고 충돌을 반복하면서, 정치적 고립으로 이어졌다.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은 이 외부 영입의 본질적 한계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또한 국민의힘 전신인 민주자유당(신한국당으로 개명)의 김영삼 전대통령도 서자(庶子)출신 아니었나. 김 전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실시, 군 조직 하나회 제거 등의 평가는 있지만 끝내 외환위기로 인해, 특히 민주당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과거 실패 사례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

이제는 외부 인재 실험이 아닌, 당의 역사와 철학을 체현한 내부의 리더를 전면에 세워야 할 때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눈여겨볼 만한 정치인이다. 두 사람 모두 단순히 관료나 외부 영입 인사가 아닌, 당의 뿌리에서 자라난 '적자(嫡子) 정치인'이다. 오 시장은 무려 네 차례의 큰 선거를 직접 치르며 승패를 모두 경험한 정치인이다. 그는 20년 이상 당과 호흡을 같이해왔고, 서민 주거와 교육, 도시 복지, 환경 문제에 진심으로 천착(穿鑿)해온 '실용적 개혁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위기 때마다 당의 요청에 응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던 정치적 무게감은, 지금 국민의힘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 그 자체다.

홍 시장 역시 야전에서 단련된 강한 정치인이다. 여러 차례 당내 경선을 거치며 견고한 지지 기반을 만들어왔고, 무엇보다 대중과의 소통과 직설적인 화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정치적 감각과 전투력, 독립적인 사고까지 갖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당과 거리를 두었던 시기에도 보수 진영 전체를 향한 날 선 비판과 진단을 멈추지 않으며, 오히려 당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국민의힘이 진정한 미래를 원한다면, 이제는 이처럼 당과 함께 자라났고,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대중과 당을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적자 정치인'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당을 살리고,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의 첫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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