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빚투'가 줄어들고 있다. 다만 반도체주를 비롯해 일부 정치테마주 등 변동성이 높은 종목에 신용거래가 집중돼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 제한에 나섰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월 말(17조5939억원) 대비 1조2893억원 감소한 16조4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달 18조원을 넘겼던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들어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관망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며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종목에서는 신용매매가 늘고 있다. SK하이닉스 신용융자잔액은 지난달 말 2282억원에서 지난 14일 3554억원으로 55.73%, 삼성전자 신용융자잔액 역시 6719억원에서 7332억원으로 9.13% 증가했다.
개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이 산 종목 역시 SK하이닉스다. 이달에만 1조561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어 삼성전자도 1조530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두 종목 주가는 각각 5.25%, 2.08% 하락해 저가 매수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달 반도체주 주가는 부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대상에 혼선이 일어나면서다. 반도체가 상호관세 품목에서 예외를 둔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등 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관세라는 악재보다는 반도체 수요 개선이라는 호재에 초점을 두고 신용매매를 늘리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판단도 비슷하다. KB증권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관세보단 수요 증가에 주목하면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비록 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하반기 수급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각각 0.87배, 1.2배에 거래되고 있어 관세 우려를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급이 정치 테마주로 쏠렸고 신용매매도 함께 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로 분류되는 진양산업 신용융자 잔액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27.6% 늘어난 88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 14일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하한가를 기록했고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첫 행보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을 방문하자 AI 관련주 신용잔액도 늘었다. AI 관련주인 와이즈넛의 신용잔액은 지난달 말 1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4일 8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주가 변동성이 큰 정치 테마주에 대해 신용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진양산업의 위탁증거금률을 40%에서 100%로 변경하고 종목군을 E에서 F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종목은 당분간 대출 없이 현금으로만 매수를 할 수 있다.
키움증권도 이날부터 아이스크림에듀를 위탁증거금 100% 종목으로 변경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테마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1957원에 거래되던 이 종목은 지난 11일 3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2거래일간 9.68%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적절한 현금 비중 확보가 필요하다"며 "(단기차익만을 위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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