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의 첫 고위급 양자 우주대화가 개최됐다. 우주항공청을 비롯한 양국 대표는 우주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협력 확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우주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외교부와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4차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가 행사를 주최했으나, 우주청의 출범 이후 과기정통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올해 한미 민간우주대화는 우주청의 첫 참가다.
대화에는 양국 정부의 다양한 우주 관련 기관에서 각각 30여 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가했다. 한국 측은 존 리 우주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과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이, 미국 측은 라히마 칸다하리 국무부 부차관보와 카렌 펠드스타인 NASA 국제협력국장이 공동 수석대표를 맡았다.
이번 대화는 우주정책, 탐사, 과학, 위성항법, 상업, 규제, 지구관측, 우주기상, 해양영역인식, 우주상황인식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양국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우주탐사 협력은 논의의 핵심이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달의 지속 가능한 탐사와 화성 탐사의 초석을 목표로 하는 NASA의 야심찬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NASA와 체결한 아르테미스 협력 연구협약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번 대화에서는 한국의 참여 확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으며, 특히 한국 심우주 안테나(KDSA)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 받았다. KDSA는 달 탐사 임무의 통신 지원을 강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아르테미스 임무 성공에 기여할 전망이다.
양국은 또 지난해 9월 체결된 지구-태양 라그랑주 L4 지점 임무 협력 연구협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L4 지점은 우주방사선 분석 등 과학 연구에 최적화된 위치로, 한국의 참여는 아르테미스의 과학적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아르테미스 외에도 양국은 유인 우주비행과 상업 우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우주청은 지구저궤도(LEO)에서의 유인 우주비행 역량 개발을 모색하며, NASA의 저궤도 상업 우주정거장(CLD)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검토했다. 우주항공청 산하 한국천문연구원(KASI)의 달 과학 탑재체는 2026년 NASA의 상업 달 운송 서비스(CLPS)를 통해 발사될 예정이다.
상업 우주 분야에서는 양국이 우주 산업 공급망 강화를 위해 부품 시험 및 인증 결과 공유, 방사선 시험 데이터 교환 등을 논의했다. 2023년 서울에서 열린 한미 우주산업 심포지엄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상업 우주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지구관측 분야에서는 2026년 발사 예정인 한국의 차세대중형위성 4호(CAS500-4)와 미국의 랜드셋 2030 국제 파트너십 참여 가능성을 논의했다.
위성항법 분야에서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과 미국 GPS의 상호운용성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은 KPS의 지상 감시국을 미국 영토에 설치하는 방안을 포함해 KPS 개발을 지원하며, 한국은 올해 10월 제19차 국제위성항법위원회(ICG)에서 미국을 주요 파트너로 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양국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유엔 우주의 평화적 이용위원회(UN COPUOS), 아르테미스 약정 그룹, 한미일 3국 협력 등 국제 무대에서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우주를 활용한 해양영역인식(MDA) 중요성을 감안해 한국 해양경찰청과 미국 국가해양정보통합국(NMIO)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해양안보와 교통로 확보 방안을 모색했다.
존 리 우주청 본부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한미 양국 간 우주 협력이 우주 과학·탐사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양국의 우주 협력이 기술, 산업, 안보 정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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