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시장에서 외면 받던 공공택지가 다시 건설업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공공택지가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한 자산으로 인식됨에 따라 지난해 유찰이 이어졌던 택지들도 올해 100%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매각 용지를 중심으로 완판 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공동주택 용지에서만 매각 액수가 1조원을 훌쩍 넘겼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현재까지 LH가 진행한 8개 사업장의 미매각 공동주택 용지가 전부 매각됐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2곳을 제외하면 6곳은 입찰을 거쳐 매각이 진행됐다. 올해 LH가 매각한 공동주택용지는 26만4568㎡로, 총 공급가액만 1조1510억원이다.
최근에는 사전청약 취소 물량에 대한 입찰도 마감됐다. 파주운정 지구 내 주상복합용지인 3·4 블록은 지난 10일 입찰이 이뤄져 이달 중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공급 면적은 3블록이 2만759㎡, 4블록은 1만9277㎡로 두 필지의 공급가액만 약 2500억원에 달한다. 해당 블록은 민간 사전청약 취소 물량으로 지난해 7월 기존 계약이 해지됐지만, 올해 다시 입찰이 진행된 것이다.
올해 매각된 8개 사업장 중 공급가액이 2000억원을 넘는 사업장도 2곳에 달한다. 지난 1월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이 이뤄진 남양주역세권 사업의 M-2 주상복합 부지 공급가액은 2292억원이다. 양주 회천 지구의 주상복합 부지도 지난 2월 입찰을 통해 2202억원에 매각이 진행됐다.
특히 이달에만 인천 내 4개 사업지의 3개 필지가 모두 매각됐다. 지난 7일 아파트 용지로 매각된 인천검단 지구 내 AB7 부지는 추첨을 통한 입찰로 무려 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672억원의 공급 가액에 매각이 이뤄졌다.
인천 영종의 주상복합 부지인 RC3-1, RC3-2가 입찰을 통해 2169억원에 매각됐고, 같은 영종사업 지구의 A18(아파트) 부지도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이 완료됐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몇년간 공공택지 매각이 수월치 않아 유찰이 이어진 것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변화한 것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택지 가운데 유찰된 곳은 25필지로 공급가액 기준 1조7682억원 기록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공택지는 민간택지에 비해 인허가 등에서 사업 속도가 더욱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꼽히는데, 유찰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점일 때 매입하려는 수요가 되살아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도 여력이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공공택지를 매입해 전매하거나 시장 호조 시 주택으로 분양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을 가지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주택용지를 중심으로 매입 수요가 살아나면서 LH의 전체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LH의 지난해 전체 실적을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3404억원으로 전년(437억원) 대비 678.9% 증가했다. 순이익도 7608억원을 기록해 전년(5158억원) 대비 47.5% 늘었다. LH 관계자는 “매출이익률이 높은 공동주택용지 등의 공급이 증가했다"며 “건설 경기가 지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민간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추진 또는 확보가 가능한 공공택지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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