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어떻게 키웠기에"

  • 연극 <그의 어머니> 리뷰

  • 엄마는 언제 '산통'에서 벗어나나

연극 그의 어머니 사진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사진=국립극단]

신생아는 이름이 없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들을 구분하는 유일한 호칭은 산모 이름이다. 아기들의 속싸개에는 통상 엄마의 이름이 적힌다. 엄마와 아기를 하나로 퉁 친다고 할까. 그리고 아이의 이름이 생긴 순간, 엄마는 ‘~맘’이란 새 이름을 부여받는다.

돼지맘, 헬리콥터맘, 캥거루맘 등 세상에는 무수한 맘이 존재한다. 국립극단이 지난 2일 막 올린 연극 <그의 어머니>는 ‘강간범 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하룻밤에 여자 3명을 강간한.

배우 김선영이 맡은 주인공 브렌다 카포위츠(브렌다)는 아들 둘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다. 그는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일’을 잘 해냈던 듯싶다. 티 하나 없는 깨끗한 부엌, 대형 몰을 설계할 수준의 건축가로서의 입지 등을 볼 때 브렌다의 인생은 첫째 아들이 여자 세명을 강간하기 전까지는 아마도 성공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의 잘못은 부모 얼굴에 먹칠로 이어지기 마련. 황색 언론은 연일 "애를 어떻게 키웠기에"라는 잣대로 범죄를 저지른 그가 아닌, 그의 어머니를 악마화한다. 수년 전 사건까지 끄집어내 모든 원인을 ‘자식을 잘못 키운 엄마’의 탓으로 돌린다. 연일 쏟아지는 선정적인 기사는 점점 브렌다의 숨통을 옥죈다. 더구나 그의 옆에는 남편, 즉 범죄자의 아버지도 부재하다. 브렌다는 먹칠 폭격을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한다.

김선영은 비호감일 수 있는 이 브렌다라는 역할을 탐구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렌다는 어떻게 하면 아들의 형량을 줄일 수 있을까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김선영의 열연은 ‘기가 막히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공감’을 일으킨다.

연극은 시종일관 브렌다의 집을 무대로 한다. 그런데 이 무대는 마치 자궁같다. 브렌다의 집 창문은 블라인드로 차단돼, 출입문을 열거나 닫을 때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통해서나 집을 포위한 기자들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아들은 집 안에서 카메라 세례에서 보호된다. 엄마는 아들을 먹일 음식을 사기 위해 플래시 세례를 뚫고 마트를 갈지라도 말이다.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이지만, 소름끼치는 자식을 밖으로 빼내지 못하는 ‘산통’이 느껴진다고 할까. “I want you back”이라고 외쳐봤자, 아이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엄마는 비로소 산통에서 벗어난다. 

오는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극 그의 어머니 사진국립극단
연극 '그의 어머니'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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