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재판관 평의를 열고 헌재 재판관 후보자 가처분 신청에 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은혁 재판관이 이번 사건 주심을 맡은 가운데 헌재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일(18일)전인 17일까지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17일까지도 재판관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결정을 내지 못한 채 두 재판관이 퇴임할 가능성도 있다. 가처분 선고 일자를 두고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따로 전달받은 게 없다"며 추후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일반적인 헌법소원 사건보다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인용 결정에는 재판관 5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인용되면 한 대행이 지명한 행위의 효력이 정지되고, 기각될 경우 지명 절차가 유효한 상태로 유지된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 8일 임명을 보류했던 마 재판관을 임명하고, 동시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이 위법하다며 논란이 제기됐다.
즉각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헌재는 11일 마 재판관을 주심으로 정하고, 정식 심판에 회부해 심리에 들어갔다.
우선 한 대행 측은 헌법소원과 가처분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행 측이 헌재에 낸 의견서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발표는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지명한 것으로 해석하더라도 국가 기관의 내부적 행위일 뿐"이라며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도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김 변호사는 헌재에 제출한 의견 보충서를 통해 한 대행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보충서에 한 대행 측의 각하 주장을 두고 "(한 대행의) 지명행위는 임명의 세부 내용(누구를 임명할지)을 확정한 것으로서 임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권력의 행사"라며 "내부적 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은 이 사건 지명 행위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며 한 대행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김 변호사는 한 대행 측이 '장기적인 헌재의 기능 마비를 해소하기 위해 2인의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는 진술"이라며 "헌재의 기능 마비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정한 기능 마비를 가져올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도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권한대행이 헌법기구 구성권을 행사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대행은 아직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청문요청안이 국회에서 받아 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1일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정부에서 청문요청안을 보내더라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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