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상승한 1426.7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오른 1429원으로 출발한 후 1432.7원까지 뛰었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였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세 협상을 주시하며 환율이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고심은 깊어가는 모습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아 환차익 효과가 발생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부품 조달·외주 생산 단가는 달러 기반 원가 상승으로 연결돼 마진 불확실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기업의 자금 흐름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특히 환율이 예기치 않게 급변동할 경우 외환차손·파생거래 관련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환율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우리나라 기업은 외환거래·파생거래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국내 중소 수출업체들이 환리스크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대기업 대비 환헤지(위험 방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의 영업이익 가운데 환차손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인상분을 가격 등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소기업이 환율 영향에 더욱 취약한 이유로 꼽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의 49.3%가 환율 리스크 관리 전략이나 수단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원가가 치솟아 경쟁력이 약화되고 불확실성도 확대된다. 특히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비와 유류비, 정비비, 이자 같이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낸다. 매달 고정비가 달러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22~2023년 초 환율이 급등하면서 항공유 수입단가가 폭등하고 항공기 리스료 등에서 환차손이 증가했다. 당시 항공사들은 영업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순이익은 환차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올초 환율 변동 리스크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해 환율 변동 리스크에 특화한 무역보험을 8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핵심 원자재 수입 자금과 관련한 대출 보증도 4조원으로 늘리고 보증 한도는 2배 상향했다.
환변동 리스크 헤지를 위한 ‘환변동 보험’은 3조원 규모로 확대해 지난해(1조5000억원)보다 2배로 늘렸다. 이밖에 고환율로 타격을 입은 수출입 중소기업에는 1조5000억원의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정부가 적극적인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천구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갈등,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으로 환율 변동폭이 일정 기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흐름은 수출기업에 악재로 이어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수출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적인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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