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무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AI 및 통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되며 대선 주자들이 AI를 주요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후보는 각각 100조원 규모의 AI 산업 투자를 공약했다. 이 전 대표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챗GPT 개발 및 전 국민 무료 이용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민관 공동투자 기반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AI 혁신 프로젝트,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는 2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로 ‘한국형 팔란티어’ 구축과 인재 양성을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AI 세계 3강 도약, 반도체 기술 확보, R&D 투자 확대를 공약했다. 나경원·홍준표 후보도 AI 기반의 경제 강국 실현과 연구환경 개선을 중점에 뒀다.
AI 학계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와야 AI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후보들이 공약한 100조원 이상 투자는 기본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의 AI 지원 투자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력 등 인프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지원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도 필수"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기본적인 요소가 바탕이 돼야 기초 모델을 세우고, 서비스형 애플리케이션 제공과 함께 AI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업계는 투자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접근성 확보 등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창작자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학습용 데이터 확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수 인재들이 한국 AI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챗GPT를 개발하고 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 등 유행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데이터 처리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AI 컴퍼니’로 전환 중인 통신 업계는 AI 서비스 무료 제공까지 겹치면서 이중 부담을 느끼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에이닷’ ‘익시오’를 무료로 제공 중이지만 향후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통신사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시 중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AI 유료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일으킬 수 있어야 많은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고도화할 텐데 대선 후보들이 산업 초기부터 무료 서비스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인데 국내 생태계 조성에 앞서 무료 AI 이용 얘기부터 꺼내들어 산업 초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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