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지난 12일에 이어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고위급 핵 협상 2차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모두 이번 회담에 진전이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각각 이끌고 있는 양국 협상 대표단은 이날 로마의 오만대사관에서 약 4시간에 걸쳐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두고 "우리는 오늘 로마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된 직·간접 논의에서 매우 좋은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아락치 이란 장관도 회담 종료 후 이란 국영 IRIB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 원칙과 목표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었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이해에 도달했다"며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재자로 나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심지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오만 외무부는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서 "(양측이) 이란이 핵무기와 제재 없이 평화적인 핵 에너지 개발 능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구속력 있는 합의를 위한 다음 단계의 논의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다만 회담 방식에 대해서는 엇갈린 입장이 나왔다. 이란 측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양측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중재국인 오만의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간접 협상을 했다고 밝혔지만, 미측 당국자는 직접 논의와 간접 논의가 병행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인사를 인용해 위트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이 45분간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다음 협상 일정도 공개됐다. 아락치 장관은 "수요일(23일)부터 오만에서 전문가급 기술 협상이 시작되며, 다음 토요일(26일)에 우리는 오만에 모여 전문가들이 작업한 결과가 합의의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1979년 이슬람 혁명과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이후 양국 간 적대감을 고려하면 지금 진행되는 대화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 쟁점에서 양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만큼 협상이 실제로 타결되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란은 자국의 핵 프로그램이 에너지 발전 목적임을 강조하며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는 핵 프로그램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엑스를 통해 "이란은 항상 외교에 성실히 임해왔다"며 "쉽지 않은 길임을 알지만 신중히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고문인 알리 샴카니 이란 해군 소장도 이날 엑스에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굴복이 아닌 균형 잡힌 합의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이란)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여러분 모두 매우 불행해질 것이고 여러분의 생명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4일 이란의 석유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이란산 석유 수출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정유업체와 여러 해운회사 및 선박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였던 2018년 기존 이란 핵 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이란을 향해 '최대 압박' 정책을 다시 꺼내면서 핵무기 생산 저지를 목표로 하는 핵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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