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 무역 상대국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를 소개하며 자신의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관세 협상을 개시한 일본과 유럽연합(EU)을 콕 집어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로 △환율 조작 △사실상 관세 및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하는 부가가치세(VAT) △원가 이하로의 덤핑 △수출 보조금과 다른 정부 보조금 △보호주의적 농업 표준(예: EU의 유전자 변형 옥수수 수입 금지) △보호주의적 기술 표준(예: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 △위조, 불법복제 및 지식재산권(IP) 절도(매년 1조 달러 이상) △관세 회피를 위한 불법 환적 등을 열거했다.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에 일본의 까다로운 자동차 수입 기준을 비판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말로, 그는 일본에 대해 "그들은 볼링공을 20피트(약 6미터) 높이에서 자동차 후드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후드가 파손되면 그 차는 수입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끔찍한 일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실제 일본의 수입 기준과는 다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자동차 수입 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을 비판한 것으로, 실제로 미국 측은 지난주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촉구하며 자동차 수입 기준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별도로 올린 글을 통해 "'해방의 날'(4월 2일 상호관세 발표일) 선포 이후 많은 세계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관세 완화를 요청하러 나를 찾아왔다"면서 "우리가 진지하다는 점을 세계가 알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는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수십 년간의 (미국에 대한) 부당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위대한 우리나라의 부를 재건하고 진정한 상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쉬운 길을 원하는 이들에게 할 말은 '미국으로 오라, 그리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라'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관세 부담을 피하려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이 지난주 일본부터 관세협상을 개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역시 이번 주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2+2 통상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관세 정책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BC 방송이 지난 9∼13일 미국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3%,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55%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 것은, CNBC 여론조사 기준으로 1기 때를 포함한 그의 전체 재임 기간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CNBC는 이를 두고 지난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만큼은 잘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인들의 '경제 낙관론'이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4%가 지지한다고 답했고, 51%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전면적인 관세에 대해 반대는 49%, 찬성 답변은 35%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및 생활비 분야와 관련해서도 부정 평가가 60%, 긍정 평가는 37%였다. 내년 미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 비중은 49%로 202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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