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인도네시아와 수교 75년 만에 첫 번째 외교·국방 장관 회담을 열었다. 미·중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한 데 이어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도 동남아를 상대로 외교전에 나서는 등 중국은 반미(反美) 연대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21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인도네시아 외교·국방 장관 ‘2+2 대화’ 첫 번째 회의가 이날 베이징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과 둥쥔 국방부장, 소지오노 인도네시아 외무부 장관과 샤프리 샴수딘 국방부 장관이 공동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2+2 대화’는 중국-인도네시아 수교 7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외국 간 최초의 외교·국방 장관 합동 대화”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145% 폭탄 관세에 125%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 통제·미국 기업 제재 등으로 맞서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우군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와 함께 “역내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수호하며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 개발국)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수호하고, 공정하고 공평하며 차별 없는 무역 및 투자 환경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도 했다.
앞서 시 주석도 14~18일 4박5일 간의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동남아 3개국 국빈 방문을 통해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미국 견제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국과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에 동남아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주펑 난징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주변국, 그중에서도 동남아는 리스크 축소, 미국 시장에서의 손실 상쇄를 위한 수출 재조정, 미국의 견제에 대한 국제적인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최대 규모 경제국으로 중국의 핵심 교역상대국이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 동남아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에 합류하기도 했다. 90일간 유예되긴 했으나 인도네시아 역시 미국으로부터 32%의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받은 상태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등의 수입을 지금보다 연 최대 190억 달러(약 27조원) 늘리겠다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한편 왕 주임은 이날 양국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보호하기로 합의했다고도 전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 등 다른 아세안 회원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광범위한 영유권 주장에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부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수역과 겹쳐 양국은 어업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에 미 국무부는 지난주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소지오노 장관이 워싱턴에서 회동하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국방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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