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다이렉트] 절에서 피어난 청춘들의 봄… '나는 절로, 쌍계사' 편, 아홉 커플 탄생

사진김다이 기자
'나는 절로' 쌍계사편 참가자들이 사찰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봄꽃이 흐드러지듯 쌍계사에서 청춘들의 인연도 만개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대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나는 절로’ 올해 첫 회차가 지난 18~19일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열렸다.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1박 2일간 만남과 수행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긴장과 설렘 속에서 서로를 알아갔다. 짝을 찾아 결혼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참여한 20·30대 청년들이 ‘차’와 ‘다’로 시작하는 가명을 부여받은 뒤 쌍계사 한쪽을 거닐며 대화하고 차를 마시고 별빛 아래에서 진심을 나눴다.

신청자 1332명 중 최종 선발된 24명 가운데 무려 9쌍이 인연을 맺는 성과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시작 이래 역대 최다 커플 탄생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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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입제식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 “사랑은 나를 이겨내는 과정”… 조계종 총무원장의 청춘 응원

지난 18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화사하게 단장한 청춘 남녀가 모여들었다. ‘나는 절로, 쌍계사’ 참가자들이다. 인연을 향한 간절함, 그리고 설렘을 안은 참가자들은 긴장된 얼굴로 이름표를 받아들었다.

쌍계사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기 전에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했다. 남녀가 옆자리에 앉아 서로를 알아가는 4시간 30분에 이르는 여정이 시작됐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휴게소에서 두 차례 쉬는 틈에 세 번 자리 바꿈이 이어졌고 버스 안은 자연스럽게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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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진우 스님이 입제식에서 참가자들에게 이번 행사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특히 이번 행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직접 주선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진우 스님은 입제식에서 “남녀 간에 사귀거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연애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이들이 많아 간접 경험은 풍부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성별을 떠나 중요한 건 상대 마음에 공감하는 것”이라며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하려면 먼저 나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 상대방 행동과 말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기르면 인연은 저절로 다가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는절로 쌍계사편 참가자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참가자들이 한복을 입고 진우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스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이후에는 쌍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환영사, ‘현실 커플(현커)’을 기원하는 금일봉 전달, 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의 청실·홍실 단주 선물, 참가자 자기소개 등이 이어졌다.

약사, 해양경찰, 피아니스트, 한의사,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은 각자 방식대로 매력을 표현했다.

차우찬씨는 “‘안정’이라는 키워드로 나를 표현할 수 있다. 월급 절반 이상을 저축하고, 정서적 안정을 위해 요가·헬스·피아노를 꾸준히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정씨는 “뭐든 진심인 사람이다. 일에도, 운동에도, 그리고 사랑에도 진심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참가자들이 하동 차문화 대축제를 즐기고 있다
참가자들이 하동 차문화 대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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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하동 차문화 대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자기소개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쌍계사 차문화축제에 참여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연잎차, 말차, 하동녹차를 즐기며 한적한 사찰 풍경 속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일반 관람객과 축제 관계자들 역시 색색의 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봤다.

이후 진행된 일대일 로테이션 차담에서는 돌아가며 10분씩 대화를 나눴고, 전문 MC 심목민의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팀 게임을 통해 친근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1대 1 로테이션 데이트 사진김다이 기자
일대일 로테이션 데이트 중인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MC심목민의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 밤하늘 아래 피어난 인연… ‘야간 데이트’가 만든 9쌍의 기적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야간 자율 데이트’였다. 밤 10시, 불빛 하나 없는 고즈넉한 쌍계사 안마당에서 참가자들은 별빛 아래 산책을 즐기며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눴다. 

심야 데이트는 자정이 되어서야 마무리됐고, 다음날 아침 최종 선택만을 앞두고 있었다.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이른 새벽 숙소 앞에 모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최종 결과는 12쌍 중 9쌍 커플 성사.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커플 매칭률이었다.
 
커플 매칭을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커플 매칭을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서울행 버스에서 첫 인연을 맺은 차인태씨와 다인씨는 최종 커플로 이어졌다. 차인태씨는 “버스 타기 전부터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집도 가까워서 서울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인씨는 “첫 파트너였는데 처음부터 커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평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인태씨 다인씨 커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차인태씨와 다인씨 커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커플 사진 미션에서 베스트 커플로 뽑힌 차선우씨 다선씨 커플 사진김다이 기자
커플 사진 미션에서 베스트 커플로 뽑힌 차선우씨와 다선씨 커플. [사진=김다이 기자]

‘야간 데이트’로 연결된 차민준씨와 다진씨 역시 훈훈한 커플 케미를 뽐냈다. 

다진씨는 “출발하기 전에 불교 신자인 아버지께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잘하고 오라’고 하셨다. 로테이션 때도 인상 깊었는데 밤에 1시간 넘게 대화를 하며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차민준씨는 “이곳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 좋았고, 드 덕분에 마음이 열렸다. 진지한 마음으로 참여한 만큼 다진씨와 좋은 관계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보각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한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보각 스님과 차담하는 참가자들. [사진=김다이 기자]

최종 커플 발표 이후 참가자들은 보각 스님과 차담을 하고 저출산 인식 개선 교육에도 참여했다.

차선우씨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좋았다”며 “스님께서 해주신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라’는 말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인 묘장 스님은 “예상보다 많은 커플이 나와 기쁘다”면서도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커플이 되지 못한 분들께 더 마음이 간다”며 “이들을 위한 후속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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