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4년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이다.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 올해 1분기 -0.2% 등 5분기째 경기 침체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술적 경기침체라고 부른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건설투자가 작년 2분기부터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 고금리 상황,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경기 부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서 주요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해 건설업체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 외에도 코로나19 시기 가전과 가구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났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이어지고 있고 의류, 신발, 식료품 등 준내구재나 비내구재 가격이 상당폭 오르면서 소비를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가 줄어 2.1% 축소됐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는 0.6%포인트 성장률을 주저앉혔고 순수출(수출-수입)은 오히려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내수를 구성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만큼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의미다. 민간소비(0%포인트)와 정부소비(0%포인트)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성장했고 농림어업도 어업 호조로 3.2% 늘었다. 반대로 제조업은 화학물질·화학제품·기계·장비 등 위주로 0.8% 감소했고, 건설업도 건물건설 부진과 함께 1.5% 줄었다. 서비스업(0%)의 경우 금융·보험·정보통신업 등은 늘고 운수업·도소매·숙박음식업은 줄면서 전체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지난해 4분기보다 0.4% 감소해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이어 투자 부문과 관련해선 "건설투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공공부문 투자가 늘면 투자 부진이 완화할 수 있다"며 "설비투자도 일시적 조정을 마치고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대선 관련 예산 집행, 적극적인 정부 지출도 2분기 성장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 국장은 2분기 기술적 반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에 한은 전망치인 0.5%보다 실제 4분기 GDP가 0.4%포인트 낮게 나와서 4분기 금액 레벨이 전망 대비 내려온 상황이고 1분기도 전망치와 차이가 나면서 2분기엔 기술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내수의 개선요인에 이어 기술적 요인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