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섭게 내다 파는 가운데 채권은 매수세를 늘렸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와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 국채로 눈을 돌렸다.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돼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장외채권 시장에서 34조5244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조4728억원) 대비 138.5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외국인은 국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매수한 국채 규모만 34조4655억원이다. 전년 동기 11조6207억원에서 급증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잔고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279조457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 중 국채 잔고가 252조5689억원이다.
반면 주식은 8개월 연속 매도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이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9조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우려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 특히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 증시 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진 상황임에도 미 국채 가격과 달러 가치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하락하는 주가·채권·달러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기둔화 우려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저성장 국면이 현실화 되면서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7월에서 5월로 변경하면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25bp(1bp=0.01%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중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금리 하락 응답자 비율이 전월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부과에 대한 충격으로 교역 및 투자위축에 따른 원자재 가격 타격이 크게 발생했고, 달러로 표시된 미국 증시와 채권이 동시에 약세"라며 "선진국 증시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한 반면 미국채 이외 주요국 채권은 안전자산의 역할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에도 1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향후 경기둔화 우려로 인하 사이클 기대가 커졌다"며 "차익 거래 유인과 통화보유 다변화 목적의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한국채 금리의 안정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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