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전역에서 쌀 품귀 현상이 나타나며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는 고스란히 일본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식당들은 음식 가격을 인상하고 밥 무료 리필을 중단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쌀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을 방문해 쌀을 구매하는 사례도 늘었다.
일본의 쌀값은 지난해 여름께부터 급등하기 시작하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쌀 품절이 잇따랐다. 이에 쌀 수입량도 급증했다. 2월 일본 민간기업의 쌀 수입은 551톤을 넘어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전체 수입량을 초과했다. 한국도 다음 달까지 22톤의 쌀을 일본에 수출할 예정으로, 이는 1990년 이후 3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쌀 부족 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적으로는 2023년 폭염의 영향 등으로 쌀 공급량이 감소했고, 지난해 남부 해안 지진에 따른 사재기 및 코로나19 이후 일본 방문 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수요 급증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쌀 공급 개선 목적으로 비축미를 방출했고, 이후에도 추가 방출을 결정했다. 그러나 비축미 방출에도 불구하고 소매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농협(JA)이 비축미 대부분을 매입한 후 소매 시장에 내놓고 있지 않는 것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생산량 자체는 충분하다며 쌀값 급등 원인으로 유통업체의 쌀 사재기를 지적했다. 에토 타쿠 일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내에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쌀이 분명히 있다”며 “유통 시스템이 마비돼 소비자들에게 쌀을 높은 가격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도 공급망 문제 등으로 쌀 유통에 병목이 생기고 있다며, 일본농협을 지목해 “정부 비축 쌀을 방출하고 있지만 소매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비축미 방출과 수입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공급망 개선과 농업 지원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들은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만큼 쌀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가정 주부 나카야마 나오코 씨(46)는 "쌀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그것은 영혼과도 같다"며 "사람들이 이 (쌀 부족)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결코 이해를 못 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괴롭다"고 WP에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