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국 전월세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주택 임대차 시장의 월세 재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세사기 후폭풍에 따른 전세 기피 현상과 전셋값 상승이 전세 실종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의 빌라 등 비(非)아파트의 경우 올해 월세 비중이 80%를 웃돌아 지방에서 주거 사다리 붕괴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의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등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64.3%로 역대 1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문제가 된 2023년 1분기 월세 거래 비중이 57%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7%포인트가 상승한 것이다.
지방의 경우 빌라 등 비아파트 임대차 거래 10건 중 8건 이상이 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지방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82.4%로 1분기 기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2023년 1분기 73%에서 지난해 78%로 상승하더니 올해 1분기 80% 벽을 넘어섰다. 최근 5개년 평균치(63.5%)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뛴 셈이다.
수도권과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월세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전국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인 60.7%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1분기 월세 비중(42.1%)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8.6%포인트가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빌라 전세사기와 함께 2~3년 전 심각했던 역전세난 우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전세 기피가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쳐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전세 자금 부담이 커진 것도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주물량 감소로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전세 사기 여파로 특히 비아파트 시장이 월세 시대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다”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월세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 수치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동반 상승했다. 이날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거래(23만3958건) 중 월세 비중이 64.6%(6만2899건)로 2014년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일자는 주민센터 등이 주택 임대차 계약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부여한 날짜로,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받아야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어 시장 동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보증금 규모가 큰 전세를 중심으로 확정일자 제도가 많이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보증부월세 등 전체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 계약에서도 확정일자를 받는 수요자들이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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