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쌀 가격 상승세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각지에서 쌀 도둑까지 기승을 부려 현지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어버이날에 해당하는 ‘어머니 날(하하노히)’ 선물로 쌀이 인기를 얻을 만큼 ‘쌀 소동’이 멈추질 않고 있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도쿄도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쌀 도둑이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올해 들어 도쿄도 북쪽 인근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접수된 쌀 도난 사건만 해도 14건이었다. 지역 경찰은 주택가 창고에서 쌀을 대거 훔친 이들이 전매를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또 다른 도쿄 인근 지역인 지바(千葉)현에서도 도난 사건이 이어졌다. 일반 가정집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쌀 160㎏이 하룻밤 새 사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바현 북동부의 아사히시(旭市)에서도 쌀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4건이나 접수됐다.
그럼에도 아직도 쌀 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일본 전국 슈퍼의 쌀 소매가는 햅쌀 5㎏ 기준으로 1년 만에 4000엔(약 4만원)대로 올랐다. 이전 해 보다 두 배 이상 치솟은 것이다. 지난 달 28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5㎏ 당 가격은 4220엔(약 4만2600원)으로 올라 전주 대비 3엔(약 30원) 또 올랐다.
상황이 이러하자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어머니 날’ 추천 선물로 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이달 11일 ‘하하노히’를 앞두고 선물 인기 상품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전통적인 카네이션과 디저트 외에도 올해는 가격 급등과 품귀 현상으로 인해 ‘쌀’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쌀이 선물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쌀을 취급하는 소매점의 홍보 담당자는 ‘쌀 특수’ 현상에 놀라워하며 “쌀의 주문 건수와 매출 모두 지난해의 1.5배로 4천~6천 엔대의 상품이 인기이며, 단가는 지난해보다 1천 엔(약 1만원) 정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사용할 카드 중 하나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오는 7월 참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전통적인 지지층인 농민들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 집권 자민당과 관계 당국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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