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엊그제 '규제철폐 100일 성과 보고회'를 열고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기준 개선안을 내놨다. 이번 개선안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숙박난 해소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서울 관광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해왔으나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로 인해 업계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현행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은 준공 후 30년 경과한 건물은 아무리 리모델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도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노후 건물 안전을 우려한 조치지만 실상은 문제점이 많다. 예컨대 1980~1990년대에 지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현대식 보강공사를 통해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법적 장벽에 막혀 활용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저렴한 숙박시설이 부족해 서울의 관광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유럽 사례를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은 도시민박업이 관광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건물 연식을 기준으로 등록을 제한하지 않으며 안전검사와 위생기준을 충족하면 누구나 민박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내 구석구석까지 관광객이 분산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만족도 제고라는 두 토끼를 잡았다. 파리도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플랫폼을 법제화해 소규모 숙박시설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규제의 틀을 '연식'이 아닌 '안전과 품질'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서울도 이번 개선을 통해 유럽 선진 사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서울의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특히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은 이미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500만명 이상 방문하는 글로벌 도시다. 둘째, 시내 곳곳에 산재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민박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 자원이다. 셋째,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도심 외곽에서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용이하다. 그리고 한류 열풍과 서울의 문화적 매력은 지속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모든 조건이 맞물리면서 도시민박업은 앞으로 서울 관광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번 등록 기준 개선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3377정책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유치, 1인당 관광 지출액 300만원, 평균 체류일수 7일, 재방문율 70% 목표 달성이다. 이러한 정책은 서울을 고품격 관광 매력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관광 품질과 만족도를 함께 향상시켜 지출액과 체류일, 재방문율을 높이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박업 규제가 완화되면 합리적 가격의 숙박시설이 늘어나 체류일수 연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민박업 특성상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져 관광객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즉, 민박업 활성화는 3377정책의 핵심 요소인 '체류형 관광'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이번 등록 완화가 단순히 양적 확대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한 안전관리, 품질 평가, 서비스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서울만의 신뢰받는 숙박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유럽 사례에서도 보듯 규제 완화 이후 철저한 관리감독과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준비하는 서울에 이번 규제 완화는 단순한 행정적 조치를 넘어 관광산업 체질을 바꾸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민박업주, 정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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