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러-우 전쟁 발생 후 러시아 시장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5%도 채 되지 않았던 중국 브랜드의 신차 판매 점유율은 2024년에는 과반으로 급증했다. 체리자동차가 20.4%로 중국 업체 중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장성자동차(14.2%), 지리자동차(12.3%), 창안자동차(7%) 등이 이었다.
2022년 러-우 전쟁이 시작한 이후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들의 공백을 중국 업체들이 메운 형국이다. 실제 2024년 상반기 기준 러시아 수입차 중 80%는 중국에서 수입한 차량으로 나타났다.
다만 러시아는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도 지속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3년 10월부터 중국 등 우호국 브랜드 차량을 특정해 약식승인을 불허하고 형식승인을 취득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고 짚었다. 전반적인 수입 절차를 강화한 것인데 이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수입 억제 조치로 보고서는 풀이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대다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러시아 내 직접 생산시설을 구축할 것을 기대했지만, 대다수 중국 제조사들이 단순 수출 방식으로 진출하면서 견제에 나선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견제와 함께 전반적인 재활용 수수료 인상,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재진출 기대 등이 겹치며 올해 1~2월 중국의 러시아 자동차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다만 러-우 전쟁이 종전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하더라도 변수가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3년간 중국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인식과 수용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러시아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재진출 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등 전반적인 정책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러시아는 전쟁 향방과 정책 변화, 서구 제재 완화 여부에 따라 구조가 급변할 수 있는 고위험 시장"이라며 "재진출 여부 자체에 대한 의사결정을 넘어 다양한 접근법에 따른 전략, 특히 고비용과 고규제 환경을 고려한 합작·위탁 생산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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