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부담은 매수인 몫"…대법, 특약 해석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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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특약을 정했다면, 매도인이 세제 감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억대의 세금을 추가로 냈더라도 그 비용은 매수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해당 특약의 객관적 의미에 따라 세액 감면 여부와 무관하게 매수인이 모든 양도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토지 매도인 A씨가 매수인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3월 충북 진천군의 농지를 9억4000만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인들과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거래 후 매수인들은 세무법인을 통해 약 99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는데, 당시에는 A씨가 조세특례제한법상 8년 이상 자격 요건을 충족해 감면 대상이라고 보고 계산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세무조사 결과 A씨는 해당 농지 소재지에서 8년 이상 거주하지 않아 감면 대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세무서는 A씨에게 약 1억7500만원의 양도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매수인들이 이를 납부하지 않자 A씨는 자신이 낸 세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에서는 A씨가 제공한 농지원부 등 문서에 감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표시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특약은 감면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매수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감면 대상이 아니면 특약 효력이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 특약의 문언을 중시해 “양도소득세 전액을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문언상 명백한 특약의 의미를 감면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한 것으로 축소 해석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매매 과정의 정황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A씨는 애초 매수인의 요청으로 매매에 응했고, 양도세를 매수인이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매도 의사를 밝혔다. 매수인들은 회계사의 조언을 받아 계약에 임했으며, 감면 요건과 관련해 A씨에게 별도의 증빙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통해 A씨가 감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수인들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례는 부동산 거래에서 매수인의 사전 조사 의무와 리스크 분담 원칙을 강조한 사례로,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세금 부담 특약의 효력을 둘러싼 실무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액 감면 여부에 따라 특약 효력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계약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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