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하면서 의약품 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가격이 59% 인하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했으며, 해당 조치는 미국 내 의료비 지출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의약품 가격이 59% 인하될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휘발유, 에너지, 식료품 등 모든 비용이 내려가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언급은 당일 오전 9시(현지시간) 서명 예정인 약가 인하 관련 행정명령 내용을 사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인 11일에도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행정명령 중 하나에 서명할 것”이라며 “처방약과 의약품 가격이 거의 즉시 30~80% 인하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어 “최혜국 대우(MFN) 정책을 도입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약값을 지불하는 나라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며 “미국 국민의 의료비는 상상 못 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정책의 직접적 타깃은 노년층 건강보험(Medicare)으로, 병원 내에서 투여되는 고가 항암제 등의 주사제나 수액제 가격을 정부가 직접 협상하거나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AP통신과 로이터는 이 행정명령이 당장 메디케어 환자 대상 약품 일부에 국한되더라도 향후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업계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그가 재임 시절인 2020년에도 시도했지만 업계의 반발과 법적 소송으로 좌초된 바 있다. 당시 제약사들은 행정부의 절차 위반을 문제 삼아 연방 법원에 제동을 걸었고, 법원은 관련 정책 시행을 중단시켰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해당 안건을 포기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메디케어 협상 시스템을 법제화했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 이후 글로벌 제약업계는 즉각 반응했다. 일본 주가이제약은 10% 이상 급락했고, 다이이치산쿄와 다케다제약도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일제히 하락했고, 홍콩 증시의 베이진,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수익 대부분을 창출하는 구조상 약가 인하는 글로벌 제약업체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제약연구제조협회(PhRMA)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신약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시기 중국과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해외에서 실패한 정책을 수입하기보다는 미국 시스템의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스티븐 바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미국 전체 의약품 판매의 약 40%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발생한다”며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업계 전체 매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행정명령이 법적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의회의 협조 없이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