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기 전에 스위스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진짜 제 인생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에요.”
올해 칠순이 된 이정호씨(가명)는 최근 아내와 함께 상조업체의 ‘생전 여행’ 상품을 이용해 유럽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은퇴 후 시간이 많아졌지만 건강과 일정 조율 문제로 그간 해외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전담 간호사 동행’과 ‘맞춤 식단 제공’ 등의 실버 전용 상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50년 지기 아내와 함께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건강 체크도 받고, 같은 또래 여행객들과 함께하니 마음이 참 편했다”면서 “장례 계약만 했던 상조회사가 이렇게 ‘살아 있는 여행’을 해줄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자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김영자씨(가명)는 지난해 말 서울 외곽의 한 중소형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김씨는 “가사 부담이 줄고, 정해진 식단과 건강관리 덕분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 편하다”며 “요가나 미술 수업에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활기차게 지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관광산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한 여가 소비를 넘어 건강과 돌봄, 웰니스까지 아우르는 고령층 맞춤형 관광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노인인 셈이다.
인구 구조 변화는 관광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버 관광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가 이용객의 재방문율과 입소문을 통한 파급력이 무척 높다는 점에서 관광업계에 ‘고부가가치 소비자’로 인식된다.
상조업계는 ‘웰다잉’에서 ‘웰리빙’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장례 이전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 ‘생전 여행’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고령 회원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국내외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장례 이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층의 여가·건강 수요가 늘면서 호텔업계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의료진 상주, 헬스케어 프로그램, 재활 서비스, 식단 관리까지 결합한 ‘복합 실버케어 리조트’는 이미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고령화는 한국 전반의 사회현상의 변화로, 고령 세대는 대체로 시간과 경제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점점 더 확대되는 여행수요층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관광산업은 고령자 개별맞춤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예약 교통 지불 시스템, 숙박과 관광콘텐츠 전반에서 고령친화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