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군 차량 급발진 사망사건 1심 패소…법원 "페달 오조작 가능성"

13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판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오후 강원 강릉시 난곡동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고(故) 이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씨가 재판을 마친 뒤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12세 아들을 잃은 가족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유족은 약 2년 반 동안 사고기록장치(EDR) 감정, 블랙박스 음향분석, 실도로 주행 재연시험 등 다각도의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며 급발진 사고임을 입증하려 했지만, 법원은 결국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이도현군 유족이 KG모빌리티(KGM·옛 쌍용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밟았을 가능성이 높고, 사고 원인이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이나 AEB(자동 긴급제동 장치)의 비작동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사고 당시 티볼리 차량을 운전하던 이군의 할머니 A씨가 급가속 후 약 30초간 차량을 제어하지 못한 끝에 다중 추돌 사고로 손자 이군이 사망한 것으로 시작됐다. 당시 블랙박스에는 A씨가 “이게 왜 안 돼, 도현아”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음성이 담겨 있었고, 사고 이후 유족은 급발진 가능성을 제기하며 KGM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양측은 EDR 기록의 신뢰성, ECU 소프트웨어 오류 여부,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 AEB 작동 가능성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차량에서 기계적 결함은 없으며, A씨가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EDR 기록을 토대로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엔진을 가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국과수 감정의 한계를 이유로 A씨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형사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족 측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원 지정 전문가 감정과 실도로 주행 재연시험까지 진행했다. 감정인은 “충돌 5초 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더라도 속도는 136km/h 이상이 되어야 한다”며 “속도가 실제로는 110→116km/h에 그친 점을 볼 때 EDR 기록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블랙박스 음향분석에서는 “변속레버 조작 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AEB 작동 여부 역시 쟁점이었다. 유족은 “충돌 직전 전방 추돌 경고가 7차례나 울렸지만 AEB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KGM은 “AEB는 가속페달이 60% 이상 밟히면 작동하지 않는다”며 EDR상 100% 풀액셀 기록을 들어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유족이 제시한 감정에서는 당시 페달 변위량이 8%에 불과했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를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유족은 “BCM과 ECU가 상호작용하면서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가 결정되는데, ECU 오류로 점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제조사는 “브레이크등 작동 시스템은 ECU와 무관하다”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다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차량의 결함보다는 운전자 실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유족 측 이상훈 씨는 선고 직후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이 오롯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더욱 명확해졌다”며 “공적기관의 기계적 분석에만 의존한 국과수의 감정이 사고 원인을 단정하는 데 사용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소를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민사소송을 넘어 급발진 가능성, 전자제어 오류의 입증 책임, 차량 블랙박스·EDR의 해석 문제, AEB 등 첨단운전자보조장치의 신뢰성 문제까지 아우르며 첨단 자동차 소송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족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히며 법적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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