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100부작 드라마 3일만에 뚝딱" 24시간 불 켜진 숏폼드라마 허브

  • 정저우 쥐메이 숏폼 드라마 촬영기지 방문

  • '축구장 7개' 면적 쇼핑몰…드라마 세트장 개조

  • 하루 10팀씩 촬영…병원 등 세트장 '예약전쟁'

  • 저비용·고속제작·역사 컨텐츠가 정저우 '강점'

  • 2명 중 1명이 시청...영화 넘어선 숏폼 드라마

팽창하는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 규모 그래픽아주경제DB
팽창하는 중국 숏폼드라마 시장 규모 [그래픽=아주경제DB]

회장님 딸의 약혼식 하객들로 붐비는 호텔 연회장, 직원들이 회의를 준비 중인 회사 사무실, 환자 치료가 한창인 병원 ICU(중환자실), 화려한 명품 백과 의류 액세서리로 꾸며진 여성 회장님 옷방...

최근 방문한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항경제특구에 위치한 쥐메이 숏폼 드라마(길이가 짧은 드라마) 촬영 기지 내부 곳곳의 모습이다. 카메라와 조명 장비가 설치된 촬영 스튜디오에선 배우와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이곳을 찾은 숏폼 드라마의 애청자라는 한 방문객은"실제 숏폼 드라마 속에서 봤던 배경 그대로네요"라고 말했다.

이곳은 흉물로 방치됐던 쇼핑센터를 숏폼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로 개조한 곳이다. 축구장 6~7개 면적인 4만5000㎡ 부지의 이곳은 회장 집무실, 법원, 연회장, 병원, 감옥, 침실, 부엌 등 20여종의 다양한 스튜디오로 구성됐다. 숏폼 드라마 촬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곳은 최근 24시간 내내 운영돼 밤새 불이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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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무실로 꾸며진 세트장에서 스태프들이 감독의 지휘 아래 촬영을 준비 중이다. [사진=배인선 특파원]

100부작을 3~4일 만에 촬영… 중국식 숏폼드라마 생산공식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숏폼 드라마의 시작은 중국이다. 60~10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숏폼 드라마는 편당 길이가 30초~2분으로 짧다. 빠른 전개와 세로형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형식이 특징으로, 모바일 중심으로 생활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작 주기도 2~3개월 정도이고 회당 제작비가 수천 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투자 비용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자극적이고 다소 과장스러운 전개가 특징이다. 쥐메이 촬영기지에서 가장 예약이 어려운 곳도 병원 중환자실이다. 재벌·복수·환생·막장 로맨스 같은 자극적인 설정이 많다 보니 병원 신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쥐메이 쇼트폼드라마 촬영 기지 사진배인선 기자
쥐메이 숏폼드라마 촬영 기지 [사진=배인선 특파원]

리징 쥐메이 촬영기지 책임자는 "하루 평균 8~12개의 제작팀이 촬영하는데 병원처럼 인기있는 세트장은 최소 7~10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며 "50~100부작 숏폼 드라마 한편을 촬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4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곳서 제작되는 숏폼 드라마 대부분은 제작비 30만 위안(약 6187만원) 이하의 저예산 작품이다. 리씨는 "비용을 30만 위안 이하로 찍으면 당국의 규제 없이 플랫폼 승인 심사만 거쳐 곧바로 송출할 수 있어 신속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제작비가 30만 위안~100만 위안 수준의 작품은 성(省)급 정부에서, 100만 위안이 넘는 작품은 중앙정부(광전총국)에서 승인 심사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다. 쥐메이에서 그렇게 지난 1년간 촬영된 숏폼 드라마만 연간 700편에 달하고 있다.


저비용·고속제작·유구한 역사문화...숏폼 드라마 허브로

쥐메이 촬영기지는 정저우 숏폼 드라마 산업의 '빙산의 일각'이다. 2024년 말 기준 정저우에 소재한 숏폼 드라마 제작사만 약 800곳, 3만 명 넘는 인력이 숏폼 드라마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7.4% 증가한 23억 위안에 달했다. 정저우에서 제작돼 심사 등록한 숏폼 드라마만 3194편이다.

정저우에서 숏폼 드라마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적은 제작비로 신속히 촬영해야 한다는 숏폼 드라마의 특성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의 중원 지역에 위치한 정저우는 예로부터 사통팔달의 철도와 고속도로망을 갖춘 교통 허브로 전국 각지에서 인력과 장비의 신속한 조달이 가능하다.

예로부터 역사 문화 콘텐츠가 발달한 정저우에는 광고 회사들이 밀집해 있었는데, 이들은 광고 영상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숏폼 드라마 제작사로 신속히 전환하며, 지식재산(IP) 개발부터 제작·유통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인건비와 생활비가 대도시보다 낮아 제작비를 30~40%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정저우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2024년 정저우시는 2027년까지 제작·촬영·배급·거래·IP까지 아우르는 숏폼 드라마 생태계를 조성해 숏폼 드라마 산업을 100억 위안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우수한 숏폼 드라마 작품에는 최대 30만 위안까지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인구 2명 중 1명이 시청...영화 넘어선 숏폼 드라마 경제

현재 중국 내 숏폼 드라마 시청인구만 약 7억명. 중국 인구 2명당 1명은 본다는 이야기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900억 위안(약 18조64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 넘게 팽창했다. 전체 시청자 수만 6억9600만명에 달했으며, 지난해 1~8월 중국서 제작된 숏폼 드라마만 4만편이다.

숏폼 드라마는 이미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를 뛰어넘는 거대한 문화 콘텐츠 시장으로 떠올랐다. 숏폼 드라마 산업이 중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베이징대 산하 국가발전연구소는 숏폼 드라마 산업이 직간접적으로 203만 명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숏폼 드라마는 중국 문화의 해외 수출 주력군이기도 하다. 드라마박스·릴쇼트·쇼트맥스 등 중국 숏폼 드라마 플랫폼을 통해 유통시키고, 중국서 제작된 숏폼 드라마를 번역해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물론 외국 배우·작가·감독과 함께 해외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도 직접 제작하고 촬영 기법이나 시나리오를 수출한다. 이제 숏폼 드라마는 온라인 게임, 온라인 문학과 함께 중국 문화 수출의 새로운 세 가지 주력 품목, 이른바 '신3양(新三樣)'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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