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4분기 성장률 1.3% '깜짝 반등'… '中 관계 악화' 속 훈풍

  • 데이터센터·반도체 설비투자 주도로 상향 조정… 2개 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

  • 中 자원보복 시 GDP 7조 엔 증발… '유가 100달러·나랏돈 풀기' 등 3대 리스크 여전

일본 도쿄항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항[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집계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들어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일본 내각부는 2025년 4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개정치)이 전 분기 대비 0.3%, 연율(현재의 성장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성장률)로 환산 시 1.3% 증가를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2월 발표된 속보치(연율 0.2%)를 1%포인트 이상 크게 웃도는 수치로, 기업들의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지표 반등을 견인한 가운데 일본 경제는 2개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이번 상향 조정의 일등 공신은 설비투자다. 당초 전 분기 대비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던 설비투자는 이번 개정치에서 1.3% 증가로 대폭 수정됐다. 인공지능(AI) 수요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과 반도체 제조 장치에 대한 투자가 정보통신업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이루어진 결과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 역시 게임 소프트웨어 판매 부진 완화와 방일 외국인의 숙박 서비스 수요 호조 등에 힘입어 0.1%에서 0.3%로 올라섰다. 소니파이낸셜그룹의 미야지마 다카유키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총체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라며 "속보치 발표 당시보다 일본의 경기 회복력이 탄탄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장 기조가 올해 1분기(1~3월)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영향이 일단락된 가운데, 설비투자의 지속성과 물가 상승세 둔화에 따른 개인 소비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 역시 경기 회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의 핫토리 나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확대 페이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AI) 투자 등에 힘입어 향후에도 플러스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를 배경으로 일본 경제의 앞날에 세 가지 결정적인 '하방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시급한 위협은 중일 갈등에 따른 중국의 자원 무기화다. 이미 중국이 일본 기업에 대한 제재를 공언한 가운데, 중국이 높은 점유율을 가진 희토류의 대일 수출 규제 강화가 실현될 경우 반도체와 전기차(EV) 등 일본의 주력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다이와총연의 쿠마가이 미츠마루 부사장은 중국발 희토류 공급망 차질이 1년간 이어질 경우 일본 실질 GDP의 1.3%에 해당하는 약 7조 엔(약 63조 원)이 증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도 실물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요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재차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소비자물가(CPI)를 0.54%포인트 추가로 끌어올릴 것으로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추산했다. 이는 간신히 안정을 찾기 시작한 물가에 다시 불을 붙여, 가계의 실질 임금 상승 흐름을 끊고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 실제로 제조 현장에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원료(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겹치며 실물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계의 거두인 미쓰비시케미컬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재료 조달 차질을 우려해 이바라키 공장의 에틸렌 생산 감산에 착수했다. 기초 소재의 공급 위축은 결국 공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에 추가적인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은 다카이치 내각의 선심성 재정 지출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9일 중동 정세 악화에 대응해 가솔린과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 투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한 일본의 재정 상황에서 국채 발행 부담을 높여 장기 금리의 과도한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엔저)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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