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내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 확보를 목표로 미국 엔비디아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국 현지에서 엔비디아 측과 만나 블랙웰 등 첨단 GPU 공급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는 16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PU 구축·운영 사업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설명회는 클라우드 업계를 대상으로 열렸으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올해 안에 도입할 GPU의 사양과 구축 방향 등이 공유됐다.
과기정통부는 확보할 GPU 1만 장을 엔비디아의 신제품 위주로 구성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H200 6천400장, B200 3천600장을 우선 계획 중이다. 특히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B200은 국내에 아직 도입 사례가 많지 않아, 전력·냉각·네트워크 등 인프라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모델 종류나 구매 비중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GPU 운영 주체인 클라우드 기업들의 수요와 선호도, 기술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해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설명회 현장에서는 정부가 엔비디아 제품을 사실상 유일한 도입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기정통부는 도입 대상 GPU를 특정 기업 제품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엔비디아 생태계를 중심으로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AI 기업들이 개발하는 모델이 엔비디아 소프트웨어와 호환되지 않는다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엔비디아 칩에 최적화된 '쿠다(CUDA)' 생태계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유상임 장관이 엔비디아 측과 소프트웨어적인 협력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며 “GPU 플랫폼의 다양성을 고려해 평가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시급한 수요를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우선 과제”라며 “엔비디아 완제품(DGX)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국내 AI 기업들의 클러스터링 기술력 확보 여부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주 중으로 GPU 자원을 구축·운영할 클라우드 기업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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