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25] 엔비디아·TSMC·콴타·미디어텍 회장 한 자리에...AI 하드웨어 장악한 '대만 카르텔'

  • 젠슨 황, 대만 AI 공급망과 회동

  • AI칩 성공 대만 기업덕 추켜세워

  • 한국 기업 배척 가능성 우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주요 기업 CEO들과 회동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주요 기업 CEO들과 회동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역내 컴퓨터 부품 전시 행사에 불과했던 대만 컴퓨텍스가 미국 CES, 유럽 MWC에 버금가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행사로 도약한 배경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웨이저자 TSMC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만 반도체 카르텔'이 있다. 대만계 첨단 기업이 총망라된 이 카르텔의 목표는 대만이 글로벌 인공지능(AI) 하드웨어 패권을 잡는 것이다. AI 소프트웨어는 미국 빅테크, AI 하드웨어는 대만 카르텔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컴퓨텍스 2025' 개막을 앞둔 지난 17일 AI 공급망의 주요 기업 CEO를 초청해 만찬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웨이저자 회장을 필두로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 △배리 램 콴타컴퓨터 회장 △퉁즈셴 페가트론 회장 △린셴밍 위스트론 회장 △조니 시 에이수스 회장 등이 함께했다. 대만 최고 부자인 램 회장을 포함해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업인 회동에 현지 언론은 물론 외신도 '빌리언 달러 연회'로 명명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대만 카르텔이란 엔비디아가 설계한 칩을 TSMC가 양산한 후 대만 기업에 공급해 최종 AI 서버를 완성하는 구도를 묘사한 것이다. 이날 황 CEO는 AI 두뇌 역할을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레이스블랙웰(GB200)'의 성공에 대만 기업의 역할이 컸다고 감사를 표했고, 대만 기업인들은 차세대 GPU '블랙웰 울트라(GB300)' 판매량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웨이저자 회장이 먼저 자리를 떠나자 직접 배웅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 엔비디아 직원은 기자에게 "황 CEO는 지금도 대만 국적을 가진 대만계 미국인"이라며 "보유 주식을 팔아 은퇴 후 대만에 거주할 대규모 저택을 지은 건 엔비디아 직원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대만 카르텔이 공고해질수록 삼성전자는 더욱 소외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모바일 AP,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 사업 분야에서 대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대만 기업에 가전·스마트폰 위탁생산을 맡기는 애플 등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 비중이 높고 위탁생산 비중이 낮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치킨 게임으로 난야·윈본 등 대만 기업이 경쟁에서 탈락한 게 현지 업계에 경각심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만 카르텔과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는 SK그룹은 엔비디아·TSMC와 협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대만 출장길에 올라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찾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웨이저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AI 시대 초석을 함께 열어 가자"고 제안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추가 협업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TSMC 2025 테크 심포지엄'에 참가해 TSMC 베이스 다이를 적용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샘플을 공개하고 연내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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