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맛과 모르는 맛이 섞인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까요?”
1960년대 후반, 한 통의 명령이 떨어진다.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을 능가하는 엄청난 공연을 만들어라!’ 이 황당무계한 지시를 받은 이들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한국 최초의 뮤지컬’을 만든다.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아무도 해본 적 없는 무대를 꾸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좌충우돌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무려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했고, 드디어 5월 관객과의 첫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동연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창한 공연은 아니다”라면서도 “아는 맛과 모르는 맛이 공존하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뮤지컬의 소재가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작품은 1966년에 공연된 우리나라 최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의 제작됐던 당시 상황 등을 모티브로 한다. “솔직히 쉬운 소재가 아니었어요.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 역사적 상황 등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에) 한국 사회는 예민하니까요. 이를 웃어넘길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김동연 연출가는 “관객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데 집중했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여지를 통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어요. 무대 위 인물들의 뮤지컬을 사랑하는 마음을 관객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작품 중간중간에는 뮤지컬 역사를 수놓았던 100여곡의 명곡들이 ‘코믹한 터치’로 삽입됐다. 등장인물이 절규할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사랑에 빠진 등장인물이 주먹을 불끈 쥘 때는 ‘레미제라블’ 등 익숙한 넘버들이 재미를 더하며, 관객들에게 친숙함과 새로움을 준다.

작곡과 편곡을 맡은 최종윤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신에게 “나는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했고, 어떻게 배웠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고민 끝에 “작곡가로서, 뮤지컬 역사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시작을) 풀어야겠다”는 답을 얻었다. “뮤지컬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고, 또 기법과 양식을 어떻게 배웠는지 등을 한참 생각했죠. 뮤지컬 역사 속 다양한 음악들이 (작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모방이 아닌, 선배들한테 배운거죠. 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재현하려고 했어요.
김덕희 예술감독은 “고증보다 허구에 가까운 이야기”라면서도, 아시아에서 K-뮤지컬이 우뚝 성장하기까지는 선배들의 고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연간 4600억 규모로 성장했어요. 갑자기 이렇게 된 게 아니에요. 1960~70년대 선배들의 수많은 실패와 고난이 누적돼, 후배들이 지금 이렇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된거죠.”
김동연 연출가는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했다. “좌충우돌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흑백사진 같죠. 뮤지컬 역사를 한 편 보는 듯요. 역사를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세종문화회관에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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