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 이어 인도가 미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이번 주나 다음 주에 타결되는 (상호관세) 협상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결승선에 매우 가까운 협상이 여러 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인도는 큰 진전을 이루기 위해 매우 열려있는 자세를 보였으며 과거에 (미국) 노동자들을 불리하게 하는 조치를 많이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인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훌륭한 (협상) 모델이 되는 방식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가 미국과 3단계 구조의 포괄적 무역협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르면 7월 전에 잠정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복수의 인도 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협상안에는 인도가 산업재 및 일부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품질 관리 기준과 같은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2단계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쿼드(Quad) 정상회의 계기 인도 방문과 맞물려 오는 9~11월 사이에 이뤄지고, 최종적인 3단계 포괄적 협정은 미국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께 마무리될 계획이라고 관리들은 전했다.
다만 이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인도의 제안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7월 8일까지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한 가운데 현재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 교역국들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어느덧 절반 가까이 지나간 가운데 합의에 이른 곳은 영국 1곳뿐이고, 더욱이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악재로 마음이 급해진 미국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NBC 인터뷰에서 “국가들이 선의로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율이 명시된 서한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협상하지 않으면 (관세가) 다시 4월 2일 (상호관세)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은 자동차 관세가 포함되지 않는 협상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과의 협상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인도는 적극적으로 미국과 논의에 나서며 아시아에서 합의가 가장 유력한 국가로 부상했다.
이 와중에 피유시 고얄 인도 상무부 장관은 상호관세 협상을 위해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인도-미국 양자 무역 협정의 1단계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좋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고얄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만나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인도 간 일부 불협 화음도 나타나고 있어 협상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주 인도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처음으로 일부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중동 순방에서 "인도에서 물건을 팔기 매우 어려운데 인도는 문자 그대로 우리에게 무관세 방안을 기꺼이 제안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모든 것이 결정될 때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를 반박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군사 충돌과 관련해 자신이 무역을 지렛대로 삼아 양측을 중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인도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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