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리빌딩 코리아, 대선이 골든타임이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각 당 후보들이 경제 공약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성장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태도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소득 불평등 완화가 주요 의제로 부각됐던 것을 생각하면 '피크 코리아' 우려 등 우리 경제가 추락과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인식을 후보들이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간 반도체·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품목에 큰 변화가 없었다. 기업들이 현 상황에 안주한 결과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수출 품목이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들 품목에 대한 생산 시스템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만큼 충분히 효율적이거나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일 수 있어서다. 진짜 문제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데 그간의 생산 시스템을 가지고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우선 2050년경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목표하에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공급망실사제도 등을 통해 그린무역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은 단위 생산당 탄소 배출이 많은, 즉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생 및 무탄소 에너지 전환과 충분한 공급, 제품 생산 시 저탄소·탈탄소로 공정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

또한 주요국들은 첨단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미래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경제 안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투자 지체 시 국가 간 AI 디바이드(격차)가 발생하고, 제조 분야에 AI 적용이 늦어지면 제품의 품질·생산 효율성·에너지 및 공정 전환 과정에서 경쟁 상대에 밀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AI 등 첨단산업 육성이나 에너지·공정 전환에 필요한 기후기술 개발에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이에 미국·중국·유럽 등 국가들은 천문학적인 재정자금을 투입하여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인력 양성을 포함한 관련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의 불가역적 특성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간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우선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려 하거나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며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소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재정지출 구조를 조정해 첨단산업 지원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진영 간 대립으로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했다. 그사이 시장 선점에 필요한 민간 및 정부의 투자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재도약이냐 쇠퇴냐 하는 기로에 선 한국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퍼펙트 스톰을 맞은 상황에서 대선을 치른다. 이념 갈등이 극대화된 지금,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첨단산업·기후기술산업 등 성장 부문에 대한 산업 정책을 전면에 세우고 △규제 완화 △창의적 교육 등 제도 개선 △재정 및 노동개혁 추진과 같이 경제 시스템을 리빌딩하는 것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이라 본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성장을 통한 국가 재도약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경제 시스템 리빌딩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정교하게 마련하고, 실용적 리더십에 바탕을 둔 사회적 타협을 통해 '리빌딩 코리아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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