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 초안, 비선이 썼나'…檢, 노상원 문건 작성 정황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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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2·3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초안 등 핵심 계엄 문건을 민간인 신분의 노상원 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사령관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국방 문건의 출처가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인에게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서 작성 주체를 둘러싼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2월 11일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노 전 사령관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라는 제목으로 정리됐으며, 문건 양식과 문체, 부호, 서체 등 다수의 정황이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특히 계엄 선포문, 포고령 1호, 최상목 전 부총리에게 건네진 비상입법기구 관련 문건, 합동수사본부 인사 발령용 국방부 일반명령 초안 등이 노씨의 개인 USB에서 발견된 문서들과 형식상 거의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 문서의 제목 배열 방식, 단락 표시 부호(■ → ▲ → o → ―), 특수문자 사용법, 날짜 표기(예: ‘12.3일’) 등이 노씨의 문체와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엄 직전인 12월 3일까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관을 총 20차례 이상 드나들었고, 특히 계엄 선포 직전 4일 동안은 매일 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시기에 주요 문건들이 실제로 작성됐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포고령 1호 초안 및 최 전 부총리에게 건넨 쪽지 등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노씨가 실질적인 기안자일 수 있다는 반대 정황을 수사 중이다. 실제로 노씨는 계엄 선포문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12월 1일 오전과 수정안이 보고된 12월 2일 저녁에도 공관을 방문했다.

수사는 계엄 문건의 실질적인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문서가 대통령 결재 전에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민간인 개입 여부는 내란 혐의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씨는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뒤 역술인으로 전업해 점집을 운영해왔다. 경찰은 지난해 말 노씨의 점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500여명 수집’, ‘사살’, ‘D-1’,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 유도’ 등의 문구가 담긴 수첩과 함께, 군 수뇌부의 비화폰 번호, 고위 장성들의 인사 정보를 담은 ‘국방 인사전략 방향’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김 전 장관과 육사 선후배 사이로 복수의 부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이른바 ‘장관의 비선’으로 행세하며 계엄 합동수사본부 내 제2수사단 설치를 주도한 혐의(내란 목적 중요임무 종사) 등으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엔 군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추가 기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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