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으려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열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이 빨라지고 있다.
26일 베트남 현지 매체 하노이방송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주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82% 이상이 “베트남 정부가 외부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투자 환경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수 기업은 향후 투자 확대 계획도 함께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반도체·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산업과 함께, 고속철도, 원자력발전, 스마트시티, 녹색경제 분야 등 대규모 국책 인프라 프로젝트다. 특히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현지 생산 기지를 확장하며 베트남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홍선 코참 명예회장은 “한국과 베트남 기업 간 협력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양질의 인재를 확보한 지역이 반도체나 첨단 기술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육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현지 맞춤형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AI 교육 스타트업 렛유인 베트남(Letuin Vietnam) 김용태 대표는 “현재 베트남 대학생 2200명을 대상으로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의 기술 협력 기반을 다지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하노이는 베트남 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젊은 인재가 밀집한 곳으로, 향후 한국 기업들의 핵심 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외교부·주베트남 한국대사관·흥옌(Hung Yen)성 인민위원회가 이달 공동 주최한 ‘한-베 투자 협력 포럼’에서, 부이타인선(Bui Thanh Son)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베트남 정부는 행정 개혁을 가속화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제거해 외국 기업, 특히 한국 기업이 장기적·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2025년은 베트남의 경제 도약과 국제적 통합을 가속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은 한국과 함께 새로운 전략적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첨단산업 중심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전략’을 새롭게 설정했으며, 특히 한국을 비롯한 주요 기술 강국과의 협력 확대를 핵심 외교·산업 아젠다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간 협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R&D 파트너십과 제도 정비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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