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 "中 경쟁력 막강…韓, 낡은 규제 풀고 미래차 대비 서둘러야"

  • 전기차·SDV·자율주행 등서 中 경쟁력 부각…韓은 규제가 발목

  • 미래 모빌리티 기술 대세는 확실…정부 차원 적극적 대응 필요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전기차,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됐다.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관련 기술 확보·개발에 매진 중인 가운데 중국이 치고 나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말 열린 '2025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이런 중국의 부상이 한눈에 드러났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각심과 미래 대응 의지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미래차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묵은 규제 타파와 함께 공장 자동화와 기술 혁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생산기술연구소(전문연)인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자동차 분야 전문연구기관이다. 다음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진 원장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최근 여러 해외 모빌리티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자동차 부품사들을 만나면 상하이모터쇼 얘기를 많이 한다. 다들 중국 자동차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신차와 새로운 기술들을 보면서 이제 중국 업체들은 고객들이 원하고 상상하는 것을 곧바로 제품에 구현해 양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중국은 자동차 자체를 미래차로 바꿔 나가고 있다. SDV 개념이 웬만한 자동차에는 이미 탑재됐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아키텍처(구조)로 바꿨다. 배터리 성능·충전 기술도 앞섰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레벨 2+ 수준에 이르렀고,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결합해 날로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미 포니닷에이아이(Pony.AI)나 바이두 등은 중국 현지에서 로보택시를 수백 대 운영하고 있다. 실제 포니닷에이아이 로보택시를 5분 정도 타 보니 운전자 없이 주행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중국이 최근 자율주행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별로 없어 기업이 여러 테스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포니닷에이아이는 2018년 중국 최초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중국 내에서 서비스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용이하다. 워낙 데이터가 많으니 필요 없는 데이터는 거른다. 가령 다른 차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주행 데이터는 굳이 학습하지 않고, 변수에 대응하는 데이터 위주로 학습하는 식이다. 실제 변수 대응 능력도 뛰어나다. 지난번 탑승했던 포니닷에이아이는 개가 중앙선을 좌우로 넘나드는 돌발 상황에도 적절하게 속도를 줄여 개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 개를 피해서 주행했다.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최적의 움직임을 가져간 것이다."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한국은 도로교통법 곳곳에 자율주행 규제가 명시됐고, 이에 더해 영상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데도 제한 사항이 많아 데이터 수집에 걸림돌이 된다. 미국·중국 등에 비해 도로를 누비는 자율주행차도 훨씬 적고, 그나마도 수요응답형이나 노선형 중심이다. 특정 구역에서만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인데 나올 수 있는 변수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금 한국에 자율주행 관련 법이 25종에 이른다. 대부분이 규제다. 산업 발전보다는 법 조항 자체에 중점을 두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술 발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 중 기술적으로 가능성을 보이는 업체들은 많다. 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동차 제조 능력과 정보기술(IT) 역량, 지속적으로 나오는 고급 인력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할 토양은 충분하다. 다만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

웨이모와 같은 로보택시 면허가 국내에도 빨리 도입돼 한국도 대도시에서 자유롭게 로보택시가 누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제도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활성화와 산업화 중심의 규제 완화·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업들 얘기를 들어보면 책임 소재와 법·제도적인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기술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해 법·제도적 혁신과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장 [사진=한국자동차연구원]

-미래차와 관련한 주요 키워드로 SDV와 전기차도 많이 거론된다. 대세가 이어질까.
"그렇다고 본다. SDV는 차량 구조 자체의 변화다. 마치 컴퓨터처럼 중앙처리장치(CPU)를 통해 차량 전체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SDV가 양산되면 기업은 개발비·생산비를 포함한 차량 제조 원가를 기존 대비 2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시스템과 기능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차량 유지관리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차량 시스템이 실시간 모니터링돼 성능은 물론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연구원 자료를 보니 한국·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고 하지만 속도 문제일 뿐이지 결국 전기차는 대세가 될 것이다. 친환경적 측면에서도 유리하지만 SDV 전환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차량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가 내연차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관련 분야에서도 역시 중국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 전기차는 날로 경쟁력을 높여 왔고,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중국과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지커 등 프리미엄 전기차까지 들어오면 중국 기술력을 더욱 실감하게 될 테고, 여기에 파격적인 가격 정책까지 더해지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SDV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트렌드 반영도 빠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고객들이 이를 원한다. 중국 시장 내 경쟁이 워낙 치열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있으면 이를 최대한 빨리 구현한다. 관련 규제도 느슨해 상용화에 더욱 거침이 없으니 변화가 빠를 수밖에 없다.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AI 등을 활용한 자율제조 역량을 키워서 생산 단가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로봇 등 공장 내 자동화 비율을 높여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원천기술과 공급망 확보에도 초점을 둬야 한다. 중국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기술 혁신과 고도화,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 유기적인 생태계 구축을 통해 중국의 성장에 맞서 글로벌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 여파도 크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부품에 대한 관세도 있지만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상황에 따라 멕시코·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가는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미국이 자국 중심 무역정책을 지속한다면 국내 부품사들 수출은 감소하고 현지 진출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품사들도 지금 당장 관세 부담은 어쩔 수 없다고 보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향후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정부는 미국과 계속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지난달 발표한 '자동차 생태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 대책'을 잘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계에서는 내연차·전기차에 모두 쓰이는 공용 부품에 대한 원가경쟁력 강화와 함께 시장 지배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자율주행·SDV 등 자동차 산업의 궁극적 발전 방향에 대한 기술 개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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