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돋보기] 민주당, '비법조인·대법관 100명 증원' 철회…일본·독일 사례 참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악화되는 여론 속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을 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선대위는 박범계 의원이 제출한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법안, 장경태 의원의 대법관 100명 확대 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박 의원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변호사 자격 등이 없는 비법조인까지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법관 정원을 100명으로 확대하는 장 의원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1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방탄'을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돼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에서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한 뒤 이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방송인 김제동이 대법관이 되는 것 아니냐",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을 대법관으로 만들려는 수작"이라는 등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결국 반발이 심해지자, 이 후보는 지난 24일과 25일 "나와 당의 뜻이 전혀 아니다. 당에도 '자중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대법관 당사자 외엔 대체로 원하는 현안"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은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법안 발의에 대해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일본과 독일의 대법원과 대법관 구성은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한국 현행법상 '최소 변호사 이상' 적시...판사 출신 '독식'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20250501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2025.05.01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현행 한국의 대법관 구성원은 대법원장과 13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이중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대법관으로 임명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직업에 2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명확히 나와있다. △판사, 검사, 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법인에서 법률 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었던 사람이다. 즉 한국에서 대법관이 되기 위해선 '변호사 자격'이 필수다. 비법조인 출신들이 대법관으로 활동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의 대법관은 판사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현행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4인의 대법관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이웃 나라' 일본, 비법조인에게 최고재판관 문호 개방…최고재판소가 대법원+헌법재판소 역할 동시 수행
 
일본 최고재판소 사진교도 AP·연합뉴스
일본 최고재판소 [사진=교도 AP·연합뉴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달리 비법조인에게 대법관의 문을 개방했다. 특히 판사 출신이 대법관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TO를 만들어 최고재판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재판소는 판사 출신, 검찰관(한국의 검사), 변호사, 행정관료, 법학자까지 15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이에 최대 5명의 비법조인이 최고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할 수 있다. 출신 성분을 다양화해 여러 시각에서 재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고재판소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대법원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독일은 대법관이 300명 이상…대법원이 5개, 사실상 4심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독일은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기관이 연방통상법원(연방일반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까지 총 5개로 나뉜다. 사건 종류에 따라 재판을 담당하는 기관이 다르다. 재판의 전문성을 갖고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함이다. 헌법재판은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담당한다. 독일은 통상적으로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 상위 기관으로 분류돼 재판소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사실상의 4심제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대법관의 수가 고정된 한국, 일본과 달리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다. 연방의회(하원) 의원 및 관계부처 장관으로 구성되는 법관선출위원회를 통해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어,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는 셈이다. 형사·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연방통상법원은 2023년 기준 153명에 달하며, 나머지 4개 법원을 합산하면 300명이 훌쩍 넘는다. 그렇기에 전원합의체 재판이 없다. 대법관 선출 자격 요건은 한국처럼 엄격하다. 독일은 '법관 자격이 있는 자'로 대법관에 선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경우 상원과 하원에서 절반씩 선출된다. 연방헌법재판소의 정원은 16명이다. 헌법재판소는 각각 8명씩 2개의 재판부로 나뉜다. 제1재판부는 연방헌법재판소장이 맡고, 부소장은 제2재판부를 총괄한다. 제1재판부는 기본권 보호, 제2재판부는 국가 질서와 관련한 소송(권한쟁의, 연방국가적 쟁의)를 관할한다. 현재는 제2재판부에서 헌법소원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원합의체의 경우 한 재판부가 다른 재판부의 법적 견해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자 할 경우 열리며, 이 경우에는 16명이 함께 참여한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이자 지난 2010년 '사법개혁-우리나라와 독일의 최고법원 비교 고찰'이라는 논문을 쓴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아주경제에 "그 당시에는 '법률 서비스의 질을 늘리기 위해서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이런 법안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독재를 위한 법안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 독재자들은 대법관 수를 늘려 과반수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마치 이 법안이 이 후보의 방탄을 위한 법안 같다는 것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카라카스 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카라카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황 교수는 '독재자'인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예를 들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20명이던 대법관을 32명으로 늘렸다. 이 가운데 12명은 전부 차베스의 수하들로 채워진 바 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대법관 수를 20명으로 줄였지만, 정권에 충성하는 대법관 위주로 대법원 구성을 마쳤다. 

황 교수는 '그렇다면 독일은 사법 독재 우려가 없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독일은 더 이상 독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나라"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나치 정권을 이끈 아돌프 히틀러로 인해 피해를 본 독일은 나치 정권 부역자들을 연이어 처단하는 등 독재에 대한 경각심이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나라는 국가 상황에 맞춰 법률 체계를 이뤄왔다. 현재까진 더불어민주당이 비법조인 출신 대법관 임명에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대법관 증원 등은 6·3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추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사법 체계 개편 논의가 차기 정부에선 어떻게 이뤄질지, 또 추진된다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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