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율 명지대 교수]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7일, 이준석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밝혔다. 이 정도로 강한 의지 표명이 있었던 만큼, 단일화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선거일 직전인 6월 2일까지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끝난 이후 단일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보수층에게 보내는 일종의 상징적 메시지에 가깝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6월 2일 이전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준석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고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할 경우, 이준석 후보는 ‘책임론’이라는 위험 요소에 직면할 수 있다. 즉,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에 응했다면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론이 보수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제기된다면, 아직 젊디 젊은 이준석 후보에게 일정 수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이준석 후보는 향후 정치를 계속할 것이며, 그의 정치적 기반은 보수에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를 거부함으로써 보수 후보가 낙선하게 됐다는 책임론이 형성된다면 자신의 이념적 지지 기반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해당 주장의 핵심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점은, 만일 김문수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한다고 가정할 때, 그 책임이 과연 이준석 후보에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김문수 후보의 패배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식적이고 불법·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더라면, 조기 대선 자체가 치러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듯 수시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러한 행동들 역시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그는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인사들과 만나는 등의 행보를 보였는데, 이 모든 행위는 민주당이 원하는 대선 구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내란 옹호 세력’ 대 ‘헌정질서 수호 세력’의 구도로 만들고 있는데, 이 구도를 인격체로 환치하면 ‘이재명 후보 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구도가 된다. 이런 구도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시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민주당이 원하는 프레임을 더욱 강화해 주는 셈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수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가장 큰 책임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해야겠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전 총리의 등장을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대선의 판세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일 한동훈 전 대표나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됐더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수 있다. 이 두 인물은 비상계엄 해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 왔는데, 이런 이들이 후보가 됐더라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내란 옹호 세력’ 대 ‘헌정질서 수호 세력’이라는 대결 구도는 설득력을 잃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보수에게도 승산 있는 싸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가 한덕수 전 총리에게 집착하면서, 대선 구도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가 왜 그렇게까지 한덕수 전 총리에게 집착했느냐는 것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계엄 당시에 대해 한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가 말해온 내용과 CCTV에서 보여준 사실 간에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런 인물이 대선후보가 됐더라면, 대선은 오히려 더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됐을 수 있다. 어쨌든,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의 무리한 ‘한 전 총리 대선 후보 만들기’ 시도는 이미 힘든 대선판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그래서 이들 역시 대선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이준석 후보에게 돌리려 한다면, 과연 보수층 유권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표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 캠프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지지율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 전부를 흡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약 2%P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에도, 보수층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해, 단일화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득표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3차 TV 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차마 지면에 옮기기조차 어려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준석 후보의 주요 지지층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 유권자들, 반명(反明)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 그리고 중도층이다. 이러한 지지층이 이번 발언으로 인해 이탈하게 된다면, 그중 몇 퍼센트가 다른 후보에게로 이동할지가 대선판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번 돌발 변수는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보수 정치의 미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발언으로 인해 이준석 후보의 정치 경력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며,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향후의 정치적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 위기 수습 능력도 정치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다. 정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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