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3사가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를 위한 핵심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조직 통합을 통해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삼성SDI는 장학생 제도와 해외 포럼으로 석·박사급 인재를 선점하고 있다. SK온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전문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부터 대전·과천에 분산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소프트웨어 연구 인력 약 1000명을 서울 서초구 R&D 캠퍼스로 이전할 계획이다. 유사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번 이전은 LG전자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연구동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가능해졌다. LG전자의 서초 캠퍼스 인력이 마곡으로 넘어가고, 해당 공간은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기술 연구 거점으로 활용된다.
삼성SDI는 서울대와 공동 운영하는 'SSBT(SNU-Samsung SDI Battery Track)' 제도를 통해 석·박사급 인재를 조기 확보하고 있다. 장학생에게는 재학 중 매월 장려금이 지급되며, 졸업 후 삼성SDI 입사가 보장된다. 이 제도는 포항공대, KAIST, 성균관대, UNIST 등으로 확대됐으며 향후 10년간 7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해외 인재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T&C 포럼에는 하버드대, MIT, 스탠퍼드 등 북미 주요 대학 연구자 90여명이 참석해 삼성SDI의 기술 비전을 공유 받았다.
SK온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운영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 'e-SKB'를 통해 맞춤형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참여 학과를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등으로 확대했으며 박사 과정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참여 학생에게는 등록금과 연구 장려금이 지원되며 졸업 후 SK온 채용 기회가 주어진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인재 모으기에 공을 들이는 건 중국 기업과의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CATL과 BYD 등은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은 고성능·고안전성 등 프리미엄 기술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연구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적자 국면이더라도 차세대 배터리와 신소재, 하이니켈 고도화 등 연구개발 투자가 병행돼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최소 5~6년을 내다본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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