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식구 감싸기'는 정치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국회의원·지방의원 할 것 없다. 여성비하·유권자 조롱 등 수시로 불거지는 막말 대잔치에 비리 등 온갖 일탈들이 도를 넘고 있지만 자기들끼리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다. 유권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법적인 책임을 물어도 아랑곳하지 않기 일쑤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윤리 기준을 들이대는 잣대마저 형식적이어서다.
최근 성희롱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양우식 의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모 시민단체가 직원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지칭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양 의원에 대한 ‘행동강령 위반행위 신고서’를 도의회에 제출하자 도의회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회의를 열어 양 의원의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15조(성희롱 금지) 위반 여부를 심의 결과 자문위원 7인 모두가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양 의원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지고 도내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자 들끓자 마지못해 나서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도의원이 비위를 저지를 때 도의회가 조사할 수 있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 도의원들이 징계 요구안을 발의해야 가능하지만, 기능상으로만 존재 중이다. 어쩌다 윤리위에 회부 되더라도 징계 수위를 약하게 결정해 이성을 잃은 특권 비호라는 비난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번에도 이럴 공산이 크다는 것이 도의회 안팎의 시각이다.
이보다 앞서 양 의원은 언론 탄압 발언으로 공분을 사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당원권 정지 6개월 및 당직해임 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너무 약한 징계를 내렸다는 지적과 함께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도의회는 양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회부와 본회의 보고를 앞두고 있다. 시점은 대선 이후가 유력하다. 그 자리에 윤리특위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거친 후 경고, 공개사과, 출석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도민과 언론·지방정치권의 관심도 뜨겁다. 행여 도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절한 처신을 이어온 양 의원에 대해 동료심을 발휘(?) 엄중 처벌을 하기는커녕 외려 감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그동안 '제식구감싸기'라는 정치인의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앞서 지적했듯 지방의원 너나 할 것 없이 동료 의원 비위를 제 일처럼 여겨 감싸는 데 급급해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도의원은 적용할 수 있는 비위 항목과 징계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징계 수위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와는 사뭇 다르다고 해서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고인물은 썪기 마련인 것이다. 예로부터 이를 경계하는 경구(警句)들은 차고 넘친다.
앞서 경기도의회는 지난 2월 제382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비위 유형에 따른 징계 기준은 최고 제명까지로 상향했다. 비위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일부에만 적용됐던 '제명'을 모든 비위에 적용한다.
'초록은 동색' '그 나물에 그 밥' '가재는 게 편' '피장파장' 등등. 6월에 있을 양 의원에 대한 징계수위 결정에 참고 해야 한다. 아울러 경기도 정치가 국민을 걱정시키는 일만은 하지 않길 기대한다. 만약 윤리특위가 제 머리 못 깎는 구조라면 도민 배심원단을 두든지 전면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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